2024년 12월 25일 수요일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미사 지향

          오늘 이 미사는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기원하며 봉헌한다. 저 먼 옛날, 이사야 예언자의 «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친다는  »(이사야 9,1) 예언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오늘 크리스마스는 힘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힘 자랑, 돈 자랑 축제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 나약한 이들, 무력한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축제가 되기를, 특히 이 나라 이 땅 대한민국의 2024년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거짓과 불의는 결코 진실과 정의를 이길 수 없다는 이 진리가 펼쳐지는 첫째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참으로 다사다난했고, 심지어 절체절명의 때도 있었으며, 특히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그러므로 뽑을 권리도 있지만, 뽑아버리는 권리도 있음을 온 국민에게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던 2024년이 지나가고 있다. 어이 상실과 망연자실과 절망과 분노의 눈물이 끊이지 않았던 한 해였지만, 또한 동시에지난 12월 4일 이후부터 광장에서 또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손에 꼬옥 쥐고,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떼창을 불러대는 어린이들, 젊은이들, 시민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한 해이기도 했다. 노래하고 춤 추며 웃음과 해학 속에 분노를 녹일 줄 아는 지금의 저 찬란함의 탄생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피눈물과 목숨을 건 저항, 무법과 불법의 총칼 앞에서 두려움을 물리고 의로움을 세우려는 결연함을 켜켜이 쌓아 온 역사가 그 밑바탕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증명한 한 해이기도 했다. 

        아무리 경기가 바닥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반짝이는 전구들과 크리스마스 장식들 덕분에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도 축제라고 기뻐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이 세상의 수많은 아픔과 한숨과 눈물을 치유하고, 닦아줄 수 있을까?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이 복음이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고, 이 세상의 아픔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천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2천년전, 예루살렘 옆에 있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다윗의 고을, 베틀레헴의 어느 마구간에서 하느님의 아들이 탄생하셨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픔으로 신음소리를 내뱉고, 통곡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화려한 궁전에서의 탄생이 아닌, 마구간에서의 탄생은 우리에게 한줄기 찬란한 빛처럼 다가오는 희망을 선사한다.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과 분노를 껴안기 위해, 하느님께서 마굿간에서 탄생하셔서 사람이 되셨다는 이 사실이 세상에 희망을 선사한다.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과 분노를 한방에 다 날려 버리기 위함이 아니라, 그런 것들로 말미암아 힘겨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기 위해서, 함께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 함께 한숨을 내쉬기 위해서, 함께 통곡하기 위해서, 함께 위로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신 예수께서는 «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말을  지킬 것이오그러면 나의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겠고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것이오 »(요한 14,23)라고 하셨다성경의 말씀을  마음에 모시고  때에, 말씀은 우리 안에 태어나신다특히«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사람은  안에서 살고나도  안에서 삽니다 » (요한 6,56)라는 말씀처럼성체를 모시고  안에 오신 그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그분의 의지를 물으며그분이 바라시는 대로  삶을 살려고 노력할 말씀은 새롭게 우리 안에 태어나신다. 

          기도하며그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불우한 이웃 안에 사랑으로 내려갈 불의한 곳에서 정의를 부르짖을 어두운 곳에 빛을 가져 오기 위해 노력할 아파하는 곳에서 함께 아파할 말씀은 새롭게 우리 안에 태어나신다. 이를 두고 강생의 신비라 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크리스마스는 우리들의 주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날인 동시에 강생의 신비를 우리들의 삶 속에서 늘 재현해야 하는 우리의 사명을 다시금 되새기는 날이다. 그 사명을 실천하는 삶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다. «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요한 1, 9)는 말씀처럼 그 사명을 실천하려 하면, 세상은 우리를 맞아 들이려 하기 보다는 우리를 되려 내치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명을 실천하면 할수록, 세상의 아픔과 슬픔과 분노는 조금씩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이 세상이 하느님 나라가 될 것이다. 

          
2천년 전, 요한 복음 사가는 «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고, «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고 선포했다. 요한 복음사가의 이 말씀이 우리 신앙인들의 삶을 증거하는 말씀이 되기를 바래본다. 특별히 우리 김해성당 공동체의 삶을 이야기하는 말씀이 되기를 바래본다. 

 
나의 이 바램에 함께 동참하시지 않으시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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