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 대림 제 4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차리려면,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나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살펴 보면 된다. ‘너’는 ‘나’의 거울이다. 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나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로 말미암아 행복해하는지, 아니면, 불편해하는지, 아니면, 불행한지를 살피면 된다. 그런데 나를 떠받들어 주는 사람, 언제나 내 편이라고 하는 사람, 내 앞에서 늘 좋은 소리만 하고, 늘 웃기만 하는 사람만 만나다 보면 절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뻔뻔하게 살아가는 사람,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 과거에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그땐 다 그랬지’, ‘그땐 그럴 수 밖에 더 있었나’ 하면서 변명과 합리화를 늘어 놓는 사람, 한마디로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사람, 한술 더 떠서 과거를 미화하고, 왜곡하려는 사람, 그래서 역사의식이 부족한 사람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으며,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대개 피곤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참다운 만남의 전형을 오늘 대림 제4주일의 복음에서 발견한다. 두 어머니의 만남을 보도하는 대목이다. 하느님의 전령 가브리엘을 만나면서 극심한 도전에 직면했던 마리아, 평온했던 삶에 등장한 원치 않던 이 도전은 자칫 마리아의 존재자체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위협적인 사건이었다. 그녀는 그 위태로운 상황에서 하느님의 뜻에 의탁한다. 아니 의탁이 아니라 숫제, 자기를 던져버린다. 목숨을 건 투신이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살던 나자렛에서 160km나 멀리 떨어진 아인카림으로 달려갔다. 태중의 아기를 살리고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나라 유다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으로부터 자신이 구세주의 어머니라는 신원의식을 갖게 되고, 그 유명한 마리아의 노래를 엘리사벳에게 들려준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10시 30분, 비상 계엄선포가 있은 직후,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맨몸으로 총칼을 든 군인들과 무장한 장갑차 앞을 막아 섰다. 비상계엄의 폭주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이 나라 이 땅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목숨 건 시민들의 마음이나, 엘리사벳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갔던 마리아의 마음이나 똑같이 생명을 지키고, 나라의 미래를 위함이었다. 

     
마리아 덕분에,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을 맞을 수 있게 되었고, 시민들 덕분에 이 나라 이 땅 대한민국은 국가의 주인이 다름 아닌 국민임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재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며,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고,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시는 하느님, 그 하느님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 하느님이 누구 편이신지는 자명하다. 그 하느님 편에 설 것인가 ? 말 것인가 ? 예수 성탄을 사흘 앞둔 우리의 답 역시 자명해야 할 것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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