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9일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두려움이 많다. 그래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가장 용감한 사람이라 한다. 그리고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두려움이 많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녹녹치 않음을 삶의 구력으로, 자신의 몸을 통한 체험으로, 주위 사람들의 경험으로 알게 되고 느끼게 되고, 깨닫게 되면서 그렇게 되어 간다고 한다. 그래서 하룻강아지는 범 무서운 줄 모르지만, 나이가 제법 든 견공은 범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아는 것 같다.
사랑하면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사랑이 깊어 갈수록, 그 사랑을 잃고 싶지 않을수록 두려움은 커져 간다. 하지만, 사랑으로 인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다시 사랑이다. 사랑은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사실, 사랑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두려움이라는 것은 사랑을 위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더 굳건히 이어가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사랑을 가능케 하는 것은 하느님이시다. 요한 1서 4,13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온다. «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영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 사랑하기가 두려우면서도, 차마 사랑하기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인간 안에 하느님의 영이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가리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이 이야기의 핵심은 하느님에 대한 불신이 즈가리야를 눈 먼 장님으로 만들게 했다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할 뿐 아니라, 삶을 힘들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세상살이가 아무리 험난해도, 까짓 거 한번 해보자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 깨물고 달려들면, 무서울 것이 그리 많지는 않다. 신앙인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험난할 때, 주님을 찾고, 주님을 만나려고 한다면, 두려움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두려울 수도 있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권선징악의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두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두려움을 넘어서야 한다. 용서하시는 하느님, 전혀 생각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던 일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새로움을 선사하시는 하느님께 의지해야 한다. 그 하느님께로 돌아가자. 그 하느님께로 돌아가 우리들의 예물을 바치자. 우리들의 몰약과 유향과 황금을 바치자.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