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님의 족보는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는 마태오 복음사가와 그가 속한 신앙 공동체의 공동 신앙 고백이다. 예수님의 족보를 복음서의 시작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예수님의 혈통과 가문을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수님은 아브라함의 후손이고 다윗의 자손인 메시아’ 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다윗을 인도하시며, 그들에게 특별한 약속을 하셨는데, 이제 예수님 안에서 그 약속들이 성취되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예수 시대 당시의 유다인들은 다윗의 후손 중에서 메시아(그리스도)가 나온다고 믿고 있었으니, 예수께서 다윗의 후손이라는 말은 예수님이 메시아, 곧 그리스도라는 말이다. 그리고 예수님이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것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축복의 약속이 예수님에게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윗의 자손이며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말은 예수께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아 구세주라는 뜻이다.
마태오 복음사가에 의한 예수님의 족보에는 여성의 이름들이 나온다. 타마르, 라합, 룻, 우리야의 아내라고 적힌 밧세바. 타마르, 라합, 룻은 이방인여자였다. 그리고 밧세바는 비록 유다인이긴 했지만, 그의 남편 우리야가 이방인이었다. 또 눈에 띄는 이름들 중에는 입에 담지 못할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이들, 후대의 자손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고, 감추고 싶은 이들도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족보에는 그 이름들이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나온다. 예수께서는 선한 사람만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악한 사람들도 그들의 죄와 악에서 구해내시고, 유다인들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까지도 구원하신다는 구원의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해 족보에 그 이름들이 언급된 것이다.
다섯 번째 여인의 이름이 나올 때에는 남편 이름과 함께 나오긴 하지만, 가부장 제도의 사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표현으로 그 이름이 나온다. ‘요셉’을 ‘마리아의 남편’이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이름을 기재하는 순서를 바꿔서, 요셉에게서 마리아에게로 촛점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당시의 관습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마태오 복음사가는 단 한 줄로 그 관습을 깨어 버린다.
결국, 예수님의 조상들에 대한 단순한 소개로 볼 수 있는 이 족보를 통해서 마태오 복음사가는 하느님의 심오한 구원의 경륜과 인간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 예수는 누구인가 ? 그는 어디에서 왔는가 ? »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직분이나 직업에 따라서, 혹은 삶의 자리가 어디냐에 따라서 제 각각이다. 우리들 신앙인에게 있어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신앙고백이다. 예수님의 족보가 히브리인뿐만 아니라 이방인들도 구원하실 분, 죄인들, 악인들도 회개에로 이끌어 구원의 길로 이끄시는 분이 예수님이라는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라면, 신자된 도리로서, 이방인들과, 죄인들과 악인들을 대하는 태도도 예수님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 8일 후면, 아기 예수께서 탄생하신다. 누구나 성탄을 기다리지만 누구나 똑같은 성탄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그분의 탄생이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의 이벤트가 되어 버리고, «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말이 한낯 인사말이 되어 버린 데에는 신자들, 신도들,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목자, 사역자, 수도자의 책임도 분명 있다. 예수를 닮아가는 삶, 그 삶이
8일 후 아기로 오실 하느님의 아들, 우리의 구세주를 제대로 맞이할 준비의 때, 대림시기를 가장 알차게 보내는 길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