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6일 대림 제3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나, 예수님보다 먼저 불의한 세상, 하느님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돈을 믿고, 힘을 믿고, 로마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먹으며 호의호식하던 이들이 출세하던 세상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있었으니, 세례자 요한이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정신인 ‘정의’를 부르짖었다.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감각으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분명히 가려내었다. 하느님의 정의로움, 하느님의 심판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그의 삶의 결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었다고 할 만큼, 우리 인간의 눈에는 그렇게 내비치는 죽음이었다. 철없는 소녀의 춤의 댓가가 바로 그의 죽음이었다. ‘하느님이 도대체 어떤 분이신지, 무죄한 이를 희생시키는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인지, 삶은 왜 이렇게 모순 덩어리인지, 하느님의 정의를 부르짖고,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평생을 편안하고, 안일하게 지내본 적 없었을 세례자 요한이었는데, 왜 이리도 그의 죽음은 우리를 힘 빠지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허무함의 나락으로 빠지게 할까 ?’ 이러한 물음들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죽음이었다. 

그러나 세상의 부조리와 불의와 가진 자들, 힘있는 자들의 폭력과 억압이 판을 치는 오늘날, 세례자 요한의 죽음이 그를 더욱 더 빛나게 한다. 그의 죽음 자체가 바로 하느님께서 진노하셨다는 것을 드러내는 성사, 바로 « 예언자의 죽음 »이었기에 그러하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적대자들은 예수님의 권한의 근거에 대해서 묻는다. 이 물음에 예수님은 요한의 권한에 대해 되물으신다. 유다의 지도자들은 « 모르겠다 »라고 대답한다. 이들의 속이 뻔히 다 보이는 대답, 참으로 가증스러운 그 대답, « 모르겠다 »에 예수님도 «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들을 하는지 말하지 않겠다 »고 응수하셨다. 그러나 마태오 복음 사가는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이 예수님의 권위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증언한다.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한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나, 2천년 전 예수님 시대나 별로 변한 것이 없는 사실, 우리로 하여금 쓴 웃음을 짓게 하는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한다. 예나 지금이나 힘센 자들, 권력을 쥔 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백성들, 국민들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 모르겠다 » 참 편한 대답이다. «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참으로 무책임한 대답이다. 이러한 대답들을 지금도 하고 있는사람형상을 하긴 했지만,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회개를 위해서 남은 대림 시기동안 자주자주 기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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