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6일 대림 제1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뿐만 아니라, 신약 성경에는 눈먼 이들이 눈을 뜨는 기적 이야기가 여기 저기에 나온다. 눈을 뜨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눈먼 이들이 간절히 애원한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간절한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헤아리고 계셨기에, 그들이 바라는 대로 눈을 뜨게 하는 기적을 베풀어 주셨다. 오늘 복음의 가르침은 단순하다. 먼 이들처럼 애절한 마음으로 주님께 다가가면 누구라도 « 보고 듣고 깨달을 수 있다 »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눈먼 이들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까? » 이 물음은 그들을 시험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그들의 믿음에 확신을 주기 위한 말씀이었다. 눈먼 그들은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것이고, ‘혹시 나도 ? 하는 마음에 예수를 찾았다. 소문만 믿고 온 그들에게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강화시켜 주시기 위해서 그렇게 질문을 던지신 것이었다. 

       
이 질문에, 눈먼 이들은 « 예주님! » 하고 짧게 대답했다. 긴말이 필요 없었다. 마음을 읽고 계시는 분 앞에서 애원도 호소도 필요 없었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 당신들이 믿는 대로 그렇게 될 것이오 »라고 말씀하셨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은 눈을 뜨게 되고,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믿는다는 것은 보게 된다는 것이다. 육신의 눈이 비록 장님이라고 할지라도, 믿음을 가지게 되면, 불가능한 것이 보이게 된다.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던 것이 하느님께는 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믿지 않음은 나에게는 어떤 일이 불가능하니까, 하느님께도 그 일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어 버리고, 하느님도 무능하신 분이라고 믿어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게 불가능하니 하느님도 불가능하다고 그렇게 믿어 버리면, 실제로 하느님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가능하다고, 그래서 하느님을 바라보고 하느님의 능력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드리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그렇다. 믿는다는 것은 하느님께 가능성을 열어드리는 것이다. 

     
사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의 능력을 믿어주기를 바라고 믿어달라고 늘 호소하고 계신다. 그래서 우리가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호소를 들어드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가끔씩, 자식이 부모에게 믿어 달라고 호소하는 경우를 본다. 결혼을 준비하려는 자식이나, 직장을 찾으려는 자식이나,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려는 자식의 경우들이 대개 그러하다. 또 아주 가끔씩은 부모가 자식에게 믿어 달라고 호소하는 경우도 본다. 그런데, 부모가 자식에게 믿어 달라고 하는 경우는 부모가 자신들의 자존심을 다 꺾었을 때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부모들, 자식에 대한 사랑 앞에서 자신들의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는 부모들, 그 부모들의 그 마음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자식이 부모에게 믿어달라고 호소하고 부모가 자식을 철떡 같이 믿어줄 때, 그 자식은 자신들의 부모들이 가진 그 믿음에 반드시 보답한다. 이것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면, 거룩함의 세계에서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믿어달라고 호소하시고, 인간이 하느님을 철떡 같이 믿을 때, 느님은 당신의 무한한 능력을 펼치신다. 부모의 불신이 자식의 능력을 가두듯, 우리의 불신이 당신 능력을 가두는 일이 없기를, 적어도 이 미사에 참석한 여러분들만큼은 결코 그러하지 않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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