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화요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미사 강론
슬픔이나, 불행을 마주할 때, 그로 말미암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나는 가끔씩 이사야서를 읽곤 한다. 희망에 대한 말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 제1독서로 읽은 이사야서는 «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솟아오르는 햇순 »(이사 11,1)처럼 대단히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경쾌함과 정의가 살아 꿈틀거리는 위대한 희망의 용트림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게다가 분배의 정의니 전쟁이 없는 상태 따위의 인간적인 평화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 자체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아무런 탐욕이나 그 어떤 착취가 남아있지 않은 순백의 평화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낼 것이다.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이사 11, 6-8)
이런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오늘 복음은 철부지 어린이와도 같은 마음, 어린이와 같은 시선을 가지라고,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희망하는 아름다운 세상의 첩경이라고 가르친다. 철부지 아이들에게 이 세상은 경탄이자 탄성이다. 어린 아이들은 물 속의 조그마한 물고기만 보아도, «우와 !!! » 연발이다. 들에 핀 꽃이나 귀여운 동물들만 보아도, « 우와 !!! »를 내지른다. 우거진 숲과 날아오르는 새들, 그리고 심지어 그들은 쏟아지는 빗줄기마저도 아이들은 « 우와 !!! »를 내지른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착취나 탐욕의 대상이 아니라 경탄과 찬미의 대상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아이와 같은 마음, 어린아이의 몸짓과 어린아이의 경탄을 잊은 채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세상사 연말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한 해의 손익계산을 따지느라 복잡하다. 뭐가 이익이었고 뭐가 손해가 났고 정신이 없겠지만, 우리의 행복, 우리의 희망은 전자계산기에 있지 않다. 머리가 가슴을 이길 수 없고, 가슴이 손발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이 어렵고 힘들다 해도, 정성껏 모은 두 손과 기꺼이 당신을 찾는 두 발로 아주 단순하게, 아이의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면, 아이처럼 하느님을 믿는다면, 아이처럼, 기쁘게 믿고 아이와 같이 경탄한다면, 이 세상 안에 감추어진 하느님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 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