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일 대림 제1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지난 일제 강점기시절, 이 땅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온몸으로 경험했듯이, 식민지에서 정복자들은 피지배인들을 좀체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그렇지 않았다. 그 당시, 노예나 종을 개, 돼지 취급을 해도 아무런 죄가 되지 않았지만, 이 백인대장은 자신의 종을 사람으로 여겼고, 그를 아끼고 사랑했다. 게다가 신실한 유대인들은 결코 이방인들의 지붕 아래, 곧 그의 집안으로 들어 가지 않는다는 유대인들의 관습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비록 로마인이었지만, 타인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할 줄도 알았다. 이 백인대장은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의 소유자였다.
백인대장은 예수님을 « 주님 »이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 주님 »에 해당하는 라틴어 « Dominus »는 « 주인님 » 혹은 « 어르신 »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예수께서 직접 자신의 집으로 가셔서 자기 종을 고쳐주겠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이 백인대장은 참 신앙인으로 변화된다. « Dominus »라는 호칭을 들어도 모자람 하나 없는 분이 자신의 집으로 직접 가겠다는 것은 로마제국의 백인대장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신실한 유대인들은 결코 이방인의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Dominus »라면 의례 그 종을 데리고 나오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성은이 망극할 만한 일인데, 예수라는 « Dominus »는 그런 것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개 돼지만도 못한 자신의 종을 고쳐주겠다 하니, 몸 둘 바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요, 예수 « Dominus »야말로 진짜 « 주님 »으로 알아 뵙고, 그분에 대한 존경을 넘어서서 그분을 흠숭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더불어 자신은 그분 앞에서 더욱더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마침내, 백인대장은 예수님께 이런 말씀을 드린다: « 주님,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 백인대장의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은 마침내 예수님을 탄복시켰고, 예수님은 백인대장의 품위를 끌어 올려 주신다: «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습니다 »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참된 신앙은 성숙한 인격, 성숙한 시민의식과 반드시 정비례한다. 신앙 따로, 인격 따로인 사람, 신앙 따로, 성숙한 시민의식 따로인 사람은 참된 신앙인이 아니다. 그저 신앙을 빌미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찌든 삶에 한 줄기 위로나 받으면 그만이고, 평화롭지 못한 삶에 마음의 평안만 가지면 그만인 사람인 셈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내가 속한 사회에서, 내가 주인인 이 나라 이 땅에서 나는 이 현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이 현실에 참여하려고 하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방관자로만 머물고 있는지, 지금의 자신의 상황에 대해 묻는다.
여러분은 이 물음 앞에서 어떤 대답을 하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