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대림 제1주일부터 가톨릭 교회의 전례력으로 2025년이 시작되는 대림시기에 들어간다. 교회의 전례력은 일반 태양력보다 거의 한달 빨리 시작하고, 한달 빨리 끝난다. 세상의 고통과 어려움과 절망을 그만큼 빨리 끌어안고, 희망과 용기와 사랑을 전하는데 그만큼 빨리 움직이라는 뜻이 있지 않나 싶다.
대림待臨시기는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우리에게 자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신 님, 나를 사랑하신 님, 세상을 어떻게 살아 가야 정말 제대로 잘 살아가는 것인지를 보여 주신 님, 나를 위해서 생을 살아가신 님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그 님은 우리가 싫다고 해서 오지 않거나 빨리 오시라고 한다고 해서 일찍 오실 분은 아니다. 때가 차면 오시는 님이다. (갈라 4,4: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오시는 님을 모든 사람이 다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기차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나오지만 내 부모님을 알아보는 것은 내 자신뿐이다. 태어나실 님을 이스라엘 사람이 다 알아보지는 못했다. 왜 일까? 복음서는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회개하시오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마태 3,2)” 기다리는 님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 바로 회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세수하고, 옷매무새를 고치듯이 우리가 오실 예수님을 맞이하는 준비가 바로 회개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회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마음을 세상에서, 나에게서 돌려 하느님을 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회개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사는 개인주의에서 벗어나는 것 나를 위해서, 나와 연관된 모든 것을 중요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사는 것, 세상의 논리, 돈의 논리, 나와 생각이 다르면, 모두 적으로 여겨 버리면서 빨간 딱지를 덕지덕지 붙여 버리는 이념 논리를 거부하고, 하느님의 법을 따라 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바로 회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대림시기에 우리가 기다리는 과거의 주님과 미래의 주님은 당신 스스로 약속하신 대로 현재에도 우리 가운데 계신다. 대림시기가 성탄이라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 육화하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준비의 때이긴 하지만, 육화하신 하느님은 바로 당신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 한가운데, 성체와 성혈 안에 그리고 미소한 형제자매들 안에, 지금 여기에 계신다. 절망스러운 상황들만 하루하루 겹쳐지는 이 어두움의 때에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안에 계신다. 칼로 보습을 만들고, 창으로 낫을 만들기를 바라는 이들, 전쟁무기들이 모두 다 폐기되고, 마녀 사냥이 종식되고, 갈라진 나라가 하나되고, 군비 경쟁하는 나라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살자고 외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는 사람들 안에 계신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과거에 오셨던 주님과 미래에 오실 주님을 잘 맞이하려면, 지금 우리 가운데 계시는 주님을 만날 줄 알아야 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대림시기, 이 시기에 우리 모두 생명의 길을 기쁘게 서로 어깨동무하고, 서로 손을 맞잡으며 함께 걸어가자. 오늘 제 2독서에 나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다시 한번 더 들려 드리면서, 오늘 강론을 끝맺고자 한다 : «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 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