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오전 10시에 남천성당에서 김성규 안드레아 신부님의 장례미사가 있다. 엊그제 토요일 새벽 3시 30분, 울만성당 주임신부님의 전화를 받고, 급히 울만성당으로 가서, 김성규 신부님의 제의와 성구들을 정리해서, 아침 6시 30분까지 남천성당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된 신부님의 염습,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종한 한 사제의 염습의 시작부터 마침에 이르기까지 함께 있었다.

        
신부님의 제의와 성구는 참 단촐했다. 몇 벌 되지 않는 제의를 평생 가지고 다니시면서 사시다가, 선종 때에는 달랑 당신의 사제서품 때에 맞추었던 서품제의만 입으시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 보면서, 평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사제는 저런 모습이라는 것을 구구절절이 느꼈다. 마치 오늘 복음에 나오는 렙톤 두 닢을 온전히 봉헌하는 이름모를 가난한 과부같았다. 

        
믿고 맡기는 삶이 헌신의 삶이다. 과부는 자신의 생활비 전부를 주님께 내어 맡겼고, 주님께서는 그 헌신을 보시고, 그 헌신 안에 깃든 사랑을 보신다. 그리고 그 과부를 보고 기뻐하시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아버지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다. 가난한 이들을 등쳐먹는 하느님이 아니라, 고아들과 과부들의 아버지, 떠돌이들의 피난처, 억눌린 이들에게는 의로운 심판관!!! 힘 없는 사람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을 편애하시는 아빠, 아버지이심을 드러내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오전 10시에 봉헌되는 김성규 안드레아 사제의 장례미사에 여러분이 참석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평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한 사제가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오늘 중 어느 시간에라도 기도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 앞에 있는 이 못난 본당신부도 죽는날 제의를 입고 죽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 

       
렙톤 두 닢에 지나지 않는 초라한 봉헌에도 그 봉헌을 하는 이의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보시고 기뻐하시는 하느님, 그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우리들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저 가난한 과부처럼,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봉헌으로 내어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사제로서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하느님께 무언가를 봉헌할 때,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오늘 복음은 그래서 그야말로 기쁜 소식, 복된 소식으로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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