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시국미사에 참여하러 전국을 돌아 다닐 때마다, 점심식사는 거의 대부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했다. 충주 휴게소 남자 화장실에는 정종수 라는 시인이 쓴 « 길가의 돌 »이라는 시가 붙어 있다. 

         
나 죽어 하느님 앞에 설 때 여기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 
         한 사람 한 사람 붙들고 물으시면
나는 맨 끝줄에 가 설 거야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슬그머니 다시끝줄로 돌아가 설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세상에서 한 일이 없어
/ 끝줄로 가 서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울면서 말할 거야/ 
         정말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
         
그래도 무엇인가 한 일을 생각해 보라시면/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 할거야
         
하느님길가의 돌 하나 주워신작로 끝에 옮겨놓은 것 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 길가의 돌 하나 주워 신작로 끝에 옮겨놓은 것 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


      어쩌면 나름대로 평생을 오만 일을 하며 살았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하느님 앞에 나설 때, 하느님께서 네가 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실 적에왠지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은 단 한 가지라도 감히 꺼내 놓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내가 살면서 받았던 무수한 은혜를 가지고 단 하나라도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무엇을 하였나를 하느님께서 물어 보실 때, 나는 과연 이 하나라도 누군가의 발을 다치지 않기 위해 길가로 옮겨놓은 적이 있었다라고 자신있게 위풍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는 하느님이 마치 우리에게 뭘 맡겨 놓고 얼마만큼의 수익을 내는가를 캐묻는 은행장 혹은 펀드 매니저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있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보고 있는가?, 나는 그것을 가지고 나의 열매가 아니라 얼마나 하느님의 열매를 맺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과연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던가?를 물을 적에 한 숨이 먼저 나오지 않았으면 좋돈도 제법 모았고맛난 것도 제법 먹었고여기 저기 좋다는 것편하다는 것 화려하다는 것 제법 걸쳐보았는데어쩌면 그런 모든 것들은 나에게는 중요했을지 몰라도 하느님과 별로 상관없는 것들에 불과하였음을정작 하느님과 상관 있는 열매들은 내가 아니라남에게 베풀었던 사랑과 용서배려와 봉사그리고 자선이었음을 너무 늦게 깨닫지 말았으면 좋겠다. 길가의 돌 하나라도 치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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