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자캐오에게 하신 말씀들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말씀은« 늘은 내가 당신 집에 머물겠다 »는 것오늘은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예수께서 12 제자들을 불러 모으신 첫번째 이유가 바로 «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함 »이었다는 말씀과 옛날 모세에게 야훼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 나 너와 함께 있겠다 »(탈출 3,12)을 떠올리게 한다. 

        
자캐오와 예수의 만남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자캐오가 이렇게나 변해버렸을까? 그 만남의 내용과 모습은 성경 어느 구절에도 나오지 않는다. 성경은 그저 자캐오가 변화된 모습만 이야기할 뿐이다. 도대체 자캐오와 예수님의 만남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말해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구원이라는 것이 무슨 희한한 것, 무당이 푸닥거리하듯, 무언가 특별한 제스쳐를 취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머무르는 것, 그것이 구원이라는 것이다. 자캐오의 삶의 변화에 대한 예수의 말씀은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하느님과 함께 살면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경천애인敬天愛人-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바로 구원이라는 말씀이다. 

       
구원이라는 것을 마치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그분에게 제물祭物을 바쳐서 얻어내는 대가代價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는 있다. 마치 모든 종교 지킬 것과 바칠 것을 강조하고, 심지어 무속巫俗종교에서도 신을 모시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이 있고굿판을 벌리고 바쳐야 할 것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지키고 바침으로써 인간은 신으로부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스도교도 계명을 지키고 제물을 바쳐서 하느님의 축복을 얻어내는 길들 중의 하나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가르치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은 미약하고 불안한 인간이 율법을 지키고, 제물을 바쳐서 전능全能하고 전지全知하신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이라는 행복을 쟁취하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하느님의 일을 자유로이 실천하여 그분의 자녀가 되어 사는 것이 바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의 핵심이다. 
 
      
자캐오는 예수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 한 사람만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살았다. 이는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은 최소한의 재물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캐오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를 자기 집에 모셔 들이고, 예수와 함께 머무르면서, 이제 자캐오는 변하였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시선으로 자기가 그토록 모아놓았던 재물을 보았더니그 재물은 돌보아주고 가엾이 여기는 실천을 하기 위해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구원받은 자캐오는 돌보아주고 가엾이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 변화된 자캐오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사람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한 모범적인 사례다. 구원받은 우리들의 삶의 모습, 우리들의 삶의 전형이 오늘 복음의 주인공 회개한 자캐오의 모습이고, 우리들이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를 주님으로 모시고, 주님과 함께 살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사람, 돌보아 주고, 가엾이 여기는 사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그에게는 오늘 복음에서 자캐오에게 하신 주님의 그 말씀이 그대로 내려올 것이다 : «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런 물음이 떠 오른다. 우리는 모두 세례를 받음으로써 구원을 이미 받았는데, 구원을 받은 후, 지속적으로 구원의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한때, 세례사건이라는 과거의 한 이벤트를 체험한 후로는 세례 전과 똑 같은 삶을 살고 있는가? 자캐오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로만 여길 것인가? 나의 이야기로 만들 것인가? 오늘 복음은 이렇게 내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에게 물음을 던지며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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