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인간 내면에 있는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이러한 두려움들을 악용해서는 사람들로부터 돈과 힘을 뜯어내는 무리들, ‘재림 예수라고 떠들어대면서 사람들로부터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무리들은 오랜 세월 전부터 존재해왔고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을 식별해낼 수 있는 분별력을 키워야 하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바쁘다고, 교리가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 그런 분별력은 성직자, 수도자들이나 키우시고, 성직자 수도자들이 평신도들을 잘 보호하고, 잘 이끌어 주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식으로 생각한다. 알아서 엎드려 드릴 테니, 알아서 이끌어 달라는 식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적지 않은 경우, 겸손의 삶을 살아야 하는 성직자, 수도자들로 하여금 교만이라는 유혹에 빠지게 만든다. 

         
치유의 기적을 베풀었던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요구한 것은 돈이나, 권력 따위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되돌아가라는 회개와 믿음,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다. 바로 이 점에서 사이비나 이단, 혹은 유사종교와 참된 종교의 차이가 드러난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은 우리에게 돈이나, 힘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전인적인 회개를 요구할 뿐이다. 

         
종교제도에 아주 열성적이고, 아주 충실한 종교 공무원들은 그런 회개는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들을 해댄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돈으로, 혹은 눈에 보이는 봉사 활동으로, 혹은 눈에 보이는 부복(俯伏)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말을 아무런 미적거림 없이, 잘도 해댄다. 그런데 이런 따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진정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눈먼 이를 고쳐 주신 예수께서는 당신이 치유의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자기 자랑을 늘어 놓지 않으신다. 그저, «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원하였소 »라고 하신다. 이를 두고 현대 신학은 하느님의 무상성의 은총이라고 말한다. 어려운 말이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하느님의 은총은 공짜라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눈에 보이는 돈, 눈에 보이는 힘, 눈에 보이는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지 않으시는 대신, 하느님은 당신의 뜻, 곧 경천애인(敬天愛人)이 이 세상에 펼쳐지기를 원하신다. 적어도 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경천애인의 길 위를 걸어가는 순례자다. 그 길이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 길은 참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길이요, 세상을 살리는 길이요, 그래서 생명의 길이다. 이 길, 우리 함께 서로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시지 않으시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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