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4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께서 때가 차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르 1,15)고 선포했을 때에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환호하고 열광했다자신들의 지긋지긋하고 괴로운 기다림이 이제야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새 시대가 열렸다고 믿었다이제 새로운 왕이 오셔서 자신들을 로마제국의 압제에서 해방시키고온갖 가난함과 삶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리라고 믿었다그러나 예수께서는 로마인들이 엄연히 국내에 주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추방할 아무런 채비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상낙원이 세워지리라는 어떠한 표징도 보이시지 않는다오히려 예수께서는 온갖 열광적인 대망(大望)을 회개하라”(마르 1,15)는 요구로써 냉엄하게 바로 잡아 깨우치신다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라는 명령이요무엇이 저절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말라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말씀은 하느님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를 위하여 하느님이 와 계시다는 뜻이다하느님이 인간을 향하여 결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셨다는 말이다이제야 하느님의 다스림이 결정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말이다예수께서 선포하시는 하느님 나라는 온 세상을 위한 것이다민족 해방을 위한 정치적 투쟁 정도의 수준을 다 뛰어 넘어서,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결정적인 결의는 인간의각 인간과 각 인간사회 모두의 구원을 목적으로 한다.

     
하느님 나라는 어떤 개념이나이론이 아니다하느님 나라를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하고자 하거나요약하려 해서는 매우 추상적인 것이 되고 만다하느님 나라는 한번에 묘사될 수 있는 대상이나 보편 타당한 어떤 이론도 아니라이루어지는 어떤 일이며하나의 사건이다따라서 하느님 나라는 그 나타나는 상황도 다양하고그 형태 또한 다양하다예수께서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여러 가지로 말씀하시고 일견 모순에 빠진 것같이 보이기조차 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천당’, ‘지옥이라고 흔히들 말 할 때의 그 천당을 '하느님 나라'와 똑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물론 사람이 죽은 뒤에 가게 된다는 그 천당도 '하느님 나라'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그 천당이 곧바로 하느님 나라는 아니다또한 하느님 나라를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고각종 보물과 화려함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천지에 널려 있는 그런 공간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그래서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또 '보아라여기 있다혹은 '저기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루가 17,20-21)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맞아 들여야 하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그리로들어가야 하는 나라이다맞아들여야 하는 나라는 이미 여기에 있는 나라이고들어가야 하는 나라는 아직 저기에 있는 나라이다하느님 나라는 '이미여기 있는 나라이면서도 '아직오고 있는 나라이다예수를 통해서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으니 이제 우리가 맞아 들여야 되며또 예수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로 들어가야 한다결국하느님 나라는 예수께서 붙이시는 횃불이요예수께서 지상에 놓으시는 불이요예수께서 가져오시는 칼이며예수께서 행하시는 치유요예수의 권능에 의한 악령추방이요예수께서 선포하시는 설교이고예수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회개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서 산다는 것,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우리가 하느님을 도우면서 사는 것이다. 

쓰러져 가는 정의를 다시 세우고,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래도 진리를 찾으려고 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비인간적인 무관심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그래도 인간적인 따스함과 인간적인 넉넉함과 인간적인 눈길과 손길을 보여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서 산다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두 주먹 불끈 쥐고, 결심하고 결심한 바를 실천하라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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