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제1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티토에게 교회의 봉사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들과 해야 할 일들 목록을 세세하게 제시한다. 그런데, 그런 덕목과 일들은 사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그런 덕목과 일들을 지키고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정체성 때문이다. 사실, 여러 가지 덕목들과 해야 할 일들은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다름 아닌 우리들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한다. 우리들의 정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것이라는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덕목과 해야 할 일들 가운데, 오늘 복음과 연관 지어서 겸손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흔히 겸손을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겸손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겸손이다. 자기가 이 우주에서 한낯 티끌만큼도 못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이것을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겸손이다. 그러한 삶을 살면, 하느님은 그 사람을 들어 높여 주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살아 가면서 작은 노력에도 남이 칭찬해 주고 알아주기를 바란다. 기대를 했는데, 채워지지 않으면 섭섭해하고, 화를 내며 다투기도 한다. 때로는 남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에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주님의 눈에 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자주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내 인생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나를 맡겨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말씀처럼, « 그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모습이 진정 겸손한 모습일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고백하자마자 하느님은 우리를 들어 높여 주신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 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