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8일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성경을 읽다 보면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고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 것인지 의아스러운 대목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오늘 복음 말씀도 그런 대목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야기 속의 청지기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다. 자기에게 맡겨진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꽤 많은 횡령을 하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인이 쫓아내려고 하자 다시 잔머리를 굴리며 술수를 짜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이런 교활한 사람을 두고 칭찬하신다. 도대체 왜일까 ?

       
예수님은 청지기가 윤리적인 인물인지 아닌지, 혹은 살 궁리를 어떻게 해나가는지 여기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단지 이 청지기가 살기 위해서 세속적으로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백 년도 못 살 인생, 그거 하나를 위해서 그렇게 애를 쓰면서,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 또 자신의 영적 성숙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사실, 세상 사람들은 현세적인 이득이나 승진, 또 자녀 교육이나 재산 축적과 같은 일에 있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또 밤과 낮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수고하고 애를 쓰는 만큼 하느님의 일을 위해서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신자들 중에 신앙에 있어서는 별 노력 없이 있어도 저절로 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례를 받고 시간이 흐르면, 또 주일미사에 빠지지만 않으면 신앙이라는 것이 저절로 성숙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신앙을 성숙시키기 위한 노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신앙은 자라난다. 감나무 아래에서 입만 덩그러니 벌리고 있으면, 중력의 힘 덕분에 감은 땅으로 떨어지겠지만, 그 감이 아래에 누워 있는 사람의 입안으로 들어 갈지 그 사람의 얼굴 위에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앙이라는 것은 저절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신앙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앙은 성숙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소한 것에 걸려 넘어져 상처를 입고 신앙이 없는 사람보다도 더 옹졸한 삶을 살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신앙이라는 것이 자라날까?

       
매일 묵주기도 열심히 하고, 매일 미사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하고, 매일 성경 최소 30분씩 읽고, 아침기도, 저녁기도도 모자라서, 성직자 수도자들이 주로 바치는 성무일도도 꼬박꼬박 하고, 신심서적 적어도 1년에 20권 이상을 읽어 대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이런 저런 신심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면, 신앙이라는 것이 자라날까? 이러한 것들이 신앙을 성숙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사실 부수적인 것들이다. 왜 묵주기도 열심히 해야 하나? 왜 매일 미사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해야 하나? 왜 매일 성경 최소 30분씩 읽고, 성무일도도 꼬박꼬박 해야 하나? 왜 신심서적 많이 읽고, 왜 신심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해야 하나? 모두가 사랑이신 하느님을 닮아가기 위해서이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경우, 수단이 목적이 되어 버리는 경우를 두고, 삽질이라고 그런다. 삽질하면, 힘만 빠진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세상에서 잘 살기 위해 밤 낮 없이 연구하고 애를 쓰며 살아가듯이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노력들 역시 우리의 삶을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그 노력이란 바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 나 아닌 타인에게 기쁨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경천애인敬天愛人은 결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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