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4일 월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언가를 베풀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얻어먹기만 하고, 되돌려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먹튀’라고 부른다.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 먹튀 »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대인관계를 더 이상 맺지 않고, 홀로 섬에 갇혀 살겠다고 다짐하며 살지 않는 이상, 해서는 안될 짓으로 여겨진다. 여러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조롱을 받고 싶고, 외딴 섬으로 살고 싶으면, « 먹튀 »하면 그렇게 된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성경에서 복음에 대한 해석이 바오로 사도의 서간인데, 오늘 독서와 복음은 오히려 그 반대다. 오늘 복음은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인들에게 성령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사랑과 우정을 나누라고, 무슨 일을 하든 겸손하게 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삶을 살라고, 그리고 이렇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는 삶이라고 권고한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당신을 초대한 바리사이들의 한 지도자에게 보답을 바라는 선행이나, 베풂이 아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실천하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가만히 묵상해보면, 그저 보답을 바라지 말고 선행을 베풀라는 식의 이해보다는 오히려, 주님의 사랑 실천의 첫 번째 원칙인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과 그들을 향한 우선적인 사랑에 대한 말씀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선행, 은혜에 대한 보답은 머지 않은 훗날, 곧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씀을 하심으로써, 선행, 은혜를 베푸는 것이 곧 하느님을 향한 신앙고백이라는 점을 넌지시 알려주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삶, 그 삶은 결국 내 삶 속에서의 사랑의 실천을 통해 드러난다. 우리가 성당에 와서 미사에 참례하고, 일상 속에서 기도 시간을 일부러라도 마련해서 기도하고, 신심단체에 가입해서 활동을 하는 이유들은 사랑의 실천을 위한 힘과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사랑의 실천이 곧 신앙이다.
세상 사람들은 하느님을 보여달라, 예수를 보여달라, 그러면 믿어주겠다는 말들을 해댄다. 하느님을 보여주고, 예수를 보여주는 것은 내 삶 속에서의 사랑의 실천밖에는 없다. 내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일하시는 것이며, 그 사랑의 실천은 내가 가진 신앙을 증거하는 것이다.
믿음과 실천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이 진리를 오늘 독서와 복음을 통해 배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