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은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이다. 제대로 그 이름도 알지 못하고, 교회 안에서 비록 시성식을 거쳐서 교회가 공식적으로 공경하는 성인들은 아니지만,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을 받았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모든 성인들을 기리고 또 천상교회에서 드리는 그들의 통공이 우리의 구원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을 좀더 굳건히 하는 축일이다.

           신앙생활 왜 하는가 라고 누군가가 물을 때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어쩌면 이 말이 아닐까 싶다: “성인되려고!!!”. 하지만, 이 말은 어디까지나 우리네 사람들의 표현이다. 하느님 편에서 본다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거룩함에로 초대를 받았고, 그 가운데, 특별히 신자들은 주님의 성화 직무(Mission de la sanctification du monde)에 초대되었다. 

거룩함은 속됨의 반대말이 아니다. 속됨을 끌어 안고, 그 속됨을 변화시키는 일체의 과정들이 모두 거룩함이다. 반인간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의 비정함을 폭로하고, 참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을 걸으려는 노력들이 모두다 거룩함이다. 

           죽어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구원이 되고 안 되고의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내가 살아있으면서 겪게 되는 숱한 문제들, 숱한 죄와 숱한 고통들, 이리 살고 싶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 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대단히 모순된 현실들에 대해 하느님의 뜻을 묻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희망에 우리의 마음과 몸을 내어 맡기는 것이 신앙이고, 그 신앙을 삶으로 살아갈 때에 드러나는 것이 바로 다름아닌 거룩함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요한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어린양이 흘리신 피에 자기들의 두루마리를 빨아 희게 만들었습니다.”(요한 묵시 7,14) 큰 환난을 겪어낸 사람들... 그것도 어린양이 흘리신 피에 자신들의 두루마리를 빨아 도리어 희게 만든 사람들...그 사람들이 누구일까?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 모두 환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그 환난이 그저 고통으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구원과는 무관한 것이다. 의미 없는 일, 빨리 끝내야 할 시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그 환난을 통해 어린양이 흘리신 피에 자신들의 두루마리를 빨아 희게 만든다면 그에게 환난은 고통의 장이 아니라 구원의 장이 되며, 거룩함의 장이 된다. 고통마저도 참 신앙이 있으면 의미 있는 것이 된다. 눈물마저도 신앙이 있으면 축복이 되고, 아픔마저도 진정 신앙이 있으면 은혜로워진다. 이런 드라마를 누가 쓰고 있는가? 누가 재연하고 있는가? 바로 여러분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문제를 대단히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일이 바로 거룩함을 추구하는 신앙이며, 죽어서보다는 오히려 지금 살아서 더 신비롭고, 더 충만한 삶을 살게 해주는 비결이 바로 거룩함을 추구하는 신앙이다. 

우리들 신앙인은 모두다 성인성녀 후보자들이다. 세상에 나면 누구나 고통을 겪는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이다. 원치 않으나 아프고, 원치 않으나 실패하며 원치 않으나 가난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은 되지 않고 원치 않는 것들이 언제나 먼저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런 때에,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태도가 곧 신앙이 출발하는 자리이며, 거룩함을 추구하는 자리이다.

           오늘,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복음을 선포하신다. 거룩하게 사는 길을 선포하신다. 그 길 우리 함께 걸어 가자.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마음이 가난한 우리들, 하늘 나라가 우리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슬퍼하는 우리들, 우리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온유한 우리들, 우리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우리들, 우리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우리들, 우리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평화를 이루는 우리들, 우리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여러분이 나 때문에 여러분을 모욕하고 박해하며, 여러분을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여러분은 행복합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시오. 여러분이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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