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1일 연중 제30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평신도 사도직 교령” 2항은 교회 창립 목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교회 창립의 목적은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 왕국을 전세계에 펴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케 하며, 또한 그들을 통하여 전세계를 그리스도에게로 향하게 하는 일이다. 이 목적을 위한 신비체의 활동을 모두 사도직이라고 부른다.”
교회의 목적은 신자 단체를 전세계에 퍼뜨려 사람들을 구원에 참여케 하는 것이고, 전세계를 그리스도에게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신자들의 활동이 사도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성직자의 활동이나, 수도자의 활동이나, 평신도의 활동이나 모두 사도직에 속한다.
사람들을 구원에로 참여케 하는 것, 전세계를 그리스도에게로 향하게 하는 것은 평신도 사도직 교령 5항에서 말하는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서 그것(구원)을 완성하는 것”이다. 곧, 인간의 존엄성, 기본권, 자유, 평등, 평화 등을 침해하거나 억제하는 모든 관행이나 제도를 고치고 존엄성과 기본권과 자유가 진정으로 보장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복음정신을 현세 질서에 침투시키고 완성하는 것이다. 이 사도직은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의 수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바로 예언자직, 왕직, 사제직이다.
예언자직은 사제직이나 왕직과 동등하게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어떤 이는 예언자직은 교회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인 양 부차적인 사도직으로만 착각하기도 한다. 또 가끔 교회의 예언자직 때문에 몇몇 신자들이 정교분리도 모르느냐고 화를 내기도 하고, 주일 미사에 나오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세 질서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기본 원리, 즉 사회 교리를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 현세 질서가 기본 원리에 부합하는지 관찰하고 부합하면 칭찬하고 부합하지 않으면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 현세 질서의 복음화를 위해 사회 문제를 찾아 내고 토론하며 대안을 개발하고 새로운 질서의 확립을 위해 사회 문제를 찾아 내고 토론하며 대안을 개발하고 새로운 질서 확립을 위해 시민 운동을 벌이고 참여하는 것, 복음 정신이 실현되도록 투표하는 것 등은 모두 예언자직에 속하는 것이다.
한때, “시대의 예언자”라는 말을 많이 썼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1980년대였다. 예언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적지 않은 신부님들은 몇 천년 전, 성경에 나오는 예언자 같은 사람이 이 시대에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고, 때로는 진리를 증거하고 증언하는 사람이라고 다소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 이야기해 주셨지만, 많은 이들은 예언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오늘 복음은 시대의 예언자의 전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들에게 보여 준다. 여우같은 헤로데가 주님을 죽이려고 은근히 위협하려 하자, 예수께서는 사람들 다 들으라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 여우에게 가서 전하시오.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를 쫓아내며 병을 고쳐 주고 사흘 째 되는 날이면 내 일을 마친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나는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합니다”.
신약성경, 특히 복음서에서 언급되는 마귀들과 병은 대부분 사회적인 상황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고통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단어이다. 사회의 부조리, 사회 안에서의 왕따, 전따, 사회의 구조적인 악, 이러한 것들로 말미암는 고통을 복음서들은 마귀들림, 병들림 등으로 표현한다. 예수께서 헤로데더러 들으라고 사용하신 그 표현들도 단순히 구마와 치유의 행위들이 아니라, 사회적인 모순과 악에 대한 척결과 치유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피켓 들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것만이 예언자직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를 고발하고, 이 시대에 정면으로 항거하는 것만이 예언자직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모습들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는 예언자들을 죽이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을 돌로 치는구나”라고 말씀하셨듯이, “한국아, 한국아, 너는 예언자들의 입을 봉하려 하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을 압수수색부터 하고, 고발부터 하며, 끝내는 감옥에다가 투옥시키려 하는 구나” 라고 교회는 지금 이 불통의 시대에, 참으로 어두운 이 시대에 세상을 향해서 외쳐야 한다. 오늘 복음은 기묘하게도 2024년 대한민국의 한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해서 그런지 참으로 씁쓸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예수를 주님으로 구세주로 믿는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어서 그런지,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