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0일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면, 반드시 예수 탄생 성당을 순례한다. 예수 탄생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면, 보통 사람들은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한다. 문의 높이가 1.2m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문을 두고, 겸손의 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 좁은 문 »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좁은 문이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으니, 대개, 구원의 문은 좁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좁은 것이 아니라, 작아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좁은 것이다. 돈과 재물로 치장해서 몸집이 부풀려지면, 좁은 문을 통과할 수가 없게 된다.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로 나를 치장해도 마찬가지이고, 학식과 재능으로 치장해도 마찬가지다. 신자라고 얼마간의 선행과 자선으로 나를 치장해도, 마찬가지로 좁은 문을 통과할 수가 없다.
온갖 겉껍데기로 나를 치장하고는 그것이 마치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인양 착각하다 보면, 하느님 없이도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자만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그의 목덜미는 무한히 뻣뻣해져서 고개를 숙일 줄 모르게 되니, 당연히 그 문을 통과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좁은 문을 통과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작은 사람,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 땅바닥에 몸을 굽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작은 사람 앞에서 더욱 작아질 줄 아는 사람, 강한 사람 앞에서 결코 쭈그려 들지 않는 사람, 잘못한 것에 대해 고개 숙일 줄 아는 사람, 땅바닥에 주저 앉아 땅을 치며 통곡하는 이와 함께 하려고 땅바닥에 몸을 굽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참으로 그립다. 묘하게도 오늘 복음은 그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더 많이 느끼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