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8일 월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님이 뽑으셨던 12제자들 대부분은 오합지졸이었다. 그 열 둘 중에는 어부들도 있었고, 수도자가 되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사람도 있었고, 엄마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도 해대던 마마보이들도 있었고, 바리사이들의 가르침을 따라 율법과 계명을 철저히 지키려고 했던 사람도 있었고, 셈에 밝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민족주의자였던 열혈당원과 로마제국의 앞잡이라고 여겨지던 세리도 있었다. 어부들은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었고, 이 셋 중, 야고보와 요한은 엄마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도 해대던 마마보이들이었다. 수도자가 되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사람은 안드레아였다. 바리사이들의 가르침을 따라 율법과 계명을 철저히 지키려 했던 사람은 나타나엘이라고도 불렸던 바르톨로메오였다. 셈에 밝았던 사람은 유다 이스카리옷이었다. 민족주의자였던 열혈당원은 시몬이었고, 세리는 마태오였다. 

이 12명의 제자들의 삶을 구분하자면, 주님 부활 체험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님 부활 체험 이전의 그들은 오합지졸이었다. 서로 잘났다고 뻐기기도 일쑤였고, 그저 도토리 키 재기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제일 높은 사람인지 자기들끼리 논쟁을 하기도 했다. 때때로 스승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스승을 가르치려는 교만함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허풍쟁이이기도 했다. 평소에는 간이라도 다 빼드릴 듯이 굴다가도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는 뿔뿔이 도망쳐 버리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바뀌었다. 겁쟁이였던 사람이 용기 있는 사람으로, 어리석었던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앞뒤 말도 제대로 변변하게 말하지 못하던 사람이 논리 정연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은 자신들의 스승의 부활과 성령강림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가끔씩 12 사도들이 부럽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3년에 가까운 생활도 했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곧장 예수님께 물을 수도 있었으며, 부활하신 예수님도 만나는 체험도 했고, 성령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겐 예수님과 그들의 삶이 기록된 성경이 있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이 있고, 성령이 함께 계신다. 더군다나 2천년의 역사를 가진 그분의 교회 안의 전통이 있다. 

그들보다 우리가 훨씬 더 유리한 조건들이 많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전세계 어디나 갈 수 있게 되었고, 대면뿐만 아니라, 비대면으로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부활하신 예수를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2천년 전의 그들의 사명은 여전히 우리들의 사명으로 남아 있다. 그들 가운데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를 기억하는 오늘, 정녕 그들을 잘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 그저 모여서 기도하고, 그들을 위해 미사 봉헌하는 것일까 ? 오히려 그들의 사명을 우리의 것으로 여기고, 그들의 일, 곧 선교와 복음화를 계속해서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 오늘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이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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