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0일 연중 제29주일 전교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지난 20세기 후반부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에는 하느님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 같다. 하느님 없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다. 사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 아예 무관심하다.‘하느님의 불필요성’이 당연하다고 하고,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한다. 

        
대 사회에서는 하느님이 별로 필요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심지어 불필요한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밖에 없는 진부한 것이 되어 버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이러한 세상에서 아직도 하느님을 이야기하고,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처럼 들린다. 도대체 하느님이, 하느님 나라가 무슨 소용이 있나? 구원을 받기 위해서?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 세상살이의 험난함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쉼터를 찾기 위해서? 친목도모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를 넓히고, 그 관계를 좀더 발전시키고 심화시키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이 모든 것들은 이제 세상이 채워주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대놓고 말한다. 돈만 많으면, 건강도, 권력도, 명예도, 사랑도, 사람도 심지어 교회까지도 다 살수 있다고 여긴다. 

      
이러한 상황의 한가운데에서 오늘, 가톨릭 교회는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라 하고, 이번 주간 전체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본당의 구성원인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성찰하라고 한다. 솔직히 지지부진하다. 그럼에도, 전교주일인 오늘 독서들과 복음은 복음화라는 일관된 주제로 가톨릭 신앙인이라는 우리들의 정체성과 신원을 다시금 일깨운다. 

      
세례를 받았다고 복음화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이 필요치 않는 세상에서 복음화를 이룬다는 것은 하느님은 필요와 불필요의 싸움 너머에서 언제나 인간과 세상을 향해 당신의 은총을 베풀고 계시는 분이요, 이러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기쁨이 되어 주는 것,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져주는 것, 내가 먼저 용서하는 것, 내가 먼저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복음화다. 하지만, 이러한 복음화를 위해 내 한 인생 바치려고 하면, 언제나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나만 실패하는 것 같고, 나만 억울해지는 것 같아진다. 그래서 가 먼저 해봐라, 그러면 내가 따라서 해보마 라며, 망설여지는 것이 우리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성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교황으로 선출되던 날, 저녁 온 세상 사람들에 이렇게 선포하셨다 : «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 이 말씀처럼, 복음화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 두려워하지 말자. « 이 나이에 무슨 »이라는 말도 하지 말자. « 내가 아직 너무나 어려서 »라는 말도 하지 말자. « 힘이 부쳐서 », 혹은 « 몸이 안 따라 줘서 »라는 말도 하지 말자. 두려움 속에서 정의를 위한 일, 평화를 위한 일, 자유를 위한 일, 인권을 위한 일, 사랑을 위한 일, 생명을 위한 일, 평등을 위한 일을 몸소 시작해 볼 때에 거기에는 반드시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 자유를 바라는 사람들, 사랑을 바라는 사람들, 생명을 바라는 사람들, 뜻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세상의 참 좋은 일을 위해 일하는 데에도 사람이 모이고, 힘이 생겨나고, 용기가 생겨나는데, 하물며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 하느님의 사람들이 모이지 않겠는가 ?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들에게 분명히 약속하셨다. « 세상 끝날까지 내가 여러분과 함께 있겠습니다 »라고. 그렇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하느님의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거기에는 언제나 우리의 맏형님이신 예수께서 당신의 제자들과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를 맞아주시고, 우리들에게 참용기와 참지혜를 주신다. 그뿐만 아니라, 성령까지도 우리에게 주신다. 성령을 보내 주시는 우리들의 주님이요,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우렁찬 말씀으로 오늘 강론을 끝맺겠다. 

      
« 여러분들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대신에 뱀을 주겠습니까?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습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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