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5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바리사이는 분리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율법을 한 자, 한 획, 한 점도 어김없이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 자기네 삶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들의 경제적인 상황이 일반인들보다 나은 것은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밥을 굶을지언정, 누더기 옷을 걸칠지언정, 오직 율법만이 갈갈이 찢겨진 이스라엘의 백성을 한데로 모으고, 그들의 나라를 재건할 수 있다고 찰떡같이 믿었던 사람들이었다. 율법의 철저한 준수가 하느님께 대한 신실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애국의 길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이었다. 

      
바리사이들에게 신앙은 곧 애국이었다. 바빌론 유배 후에 흐트러진 백성을 하나로 모으고, 로마 제국의 식민지 아래 신음하던 백성을 한데 모으려 했던 바리사이들은, 한편으로 보면, 애국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율법을 글자 그대로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을 싸잡아서 ‘암 아하레츠’라고 불렀다. ‘땅의 백성’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이 단어 안에는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들, 함께 상종하지도 말아야 할 것들, 메시아를 오지 못하게 하는 훼방꾼, 이방인, 땅버러지, 나라 팔아 먹는 매국노, 백성의 적, 인민의 적, 공공의 적, 하느님을 대적하는 ‘죄인’이라는 의미가 모두 들어 있었다. 

        
하느님을 향한 신실과 불성실이 애국과 매국으로 변질되면, 종교와 이데올로기라는 대립구조가 발생하게 되고, 하느님을 향한 신실과 불성실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아 버리고, 입에 담기조차 아주 무서운 말, « 반동분자 », 혹은 « 빨갱이 »가 튀어 나오게 된다. 

       
바리사이들의 잘못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했던 그들의 비타협정신이 아니다. 그들의 융통성 없는 고지식함도, 율법이나 규정이나 법령에 대한 지나친 얽매임도 아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율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키기 힘든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살이로 겨우 목숨 줄 연명하는 이들, 가난이 죄라고,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아 본적 없어서 글조차 읽을 줄 모르는 이들을 싸잡아서 땅 버러지들, 땅 벌레들이라고 손가락질하며, 그들을 하느님의 뜻을 어긴 ‘죄인’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바라사이들이 왜 예수님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는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별 생각 없이 그들을 미워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욕하면서 그들을 닮아가게 된다. 못된 시어머니 아래, 못된 며느리 난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바리사이들이 가졌던 율법에 대한 충실, 경건하고 의로운 삶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하느님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목적을 잊어 버리면, 그들의 삶은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권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스도인들, 특히 성직자, 수도자들은 역사 속에서 실재했고, 지금도 실재하고 있는 바리사이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오늘 복음은 내 삶을 반성케 하는 ‘죽비竹扉’로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4 2024년 10월 24일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63 2024년 10월 23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3
262 2024년 10월 22일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2
261 2024년 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1
260 2024년 10월 20일 연중 제29주일 전교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59 ​​​​​​​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1
258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57 2024년 10월 16일 수요일 신봉규 의배 마르코 장례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3
» 2024년 10월 15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1
255 2024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54 2024년 10월 13일 연중 제28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53 ​​​​​​​2024년 10월 11일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1
252 ​​​​​​​2024년 10월 10일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51 2024년 10월 9일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50 2024년 10월 8일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49 ​​​​​​​2024년 10월 7일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1
248 2024년 10월 6일 교구 수호자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47 2024년 10월 5일 토요일 성모신심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2
246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245 2024년 10월 3일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12.31 0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