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기적처럼 낫게 되었을 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낫게 되었다고 대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의료진들의 지극 정성 덕분이라고 대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기도했더니 낫게 되었다고 대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고, 의학이 발전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대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반응들 중에서 하느님의 도우심과 기도 덕분으로 낫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이미 « 하느님을 느끼는 »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을 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 표징 »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성경에서 특히 요한 복음에서 표징이라는 단어는 대개 치유의 기적이나, 마귀로부터 구함을 받는 구마 기적, 혹은 빵을 많게 한 기적들을 가리킬 때에 주로 사용된다. 오늘 우리가 들었던 복음은 루카 복음인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사용하시는 « 표징 »이라는 단어는 기적과 일맥상통하는 단어다.
불가(佛家)에서 많이 쓰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은 왜 그리 쳐다보누 ? » 이와 비슷한 말에는 이런 말도 있다 : «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려야지, 배를 등에 짊어지고 갈 순 없지 않겠나 ? »
이 말들은 어떤 진리를 알게끔 해주는 방법들은 진리를 발견하고, 깨닫고 나면, 그 방법들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기적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는 표징이다. 기적이 하느님을 느끼게 하고, 하느님을 알게 하며 하느님을 믿기 시작하는 데에 도움은 될지언정, 기적이 믿음을 계속 유지시키지는 못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바오로 사도께서는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번째 편지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 «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
믿음이 아니라, 그저 지성으로 그리스도를 찾으려는 이들은 그저 인간의 지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교리를 바랄 뿐, 경천애인의 삶, 너를 위해 나를 내어주고, 나를 희생하는 그런 삶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표징 혹은 기적으로 그리스도를 믿으려는 이들은 십자가 상의 그분의 죽음이라는 걸림돌에 걸리고 마침내는 불신앙 속에 갇힌다.
신앙이 더욱 굳세어지기를 바라면서 더 확실한 표징을 구하는 사람은 아직도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신앙인이다. 신앙이 더욱 굳세어지는 길은 하느님께서 확실한 표징을 내려달라고 밤낮이고, 손발이 다 닳도록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일을 실천함으로써 가능하다. 하느님의 일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그 일 한가운데에서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것을, 그리고 하느님의 함께 계심이 다름 아닌 기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기적이 신앙을 갖게끔 도와줄 수는 있지만, 기적이 신앙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가르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