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3일 연중 제28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복되다 하고 부자들은 구원받기가 지극히 어렵다고하셨다. 그런데, 실상은 반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부자들은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잇점이 꽤 많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부자들은 자선헌금을 듬뿍 낼 수도 있고, 온갖 피정과 기도모임, 세미나에 참석은 물론 원한다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가난한 이들보다 더 쉽게, 더 많이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부를 두고,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더 역점을 두어 말하지만 이러한 설교는 때때로 부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정신적인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쌓고, 반성,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인 부가 기본 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하셨고 부자 청년이 찾아 왔을 때 “내 제자가 되려면 먼저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말씀하셨다(마태 19,21 이하 참조). 이 말씀은 이 부자청년에게는 틀림없이 가혹한 요구의 말씀이었겠지만, 사실, 물질과 재산에 얽매인, 끝없는 인간의 소유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말씀이었다. 

       
성경에는 돈이라는 단어 대신에 맘몬이라는 단어가 곧잘 나온다.‘맘몬’이란 확실히 ‘돈’ 이상의 존재임엔 틀림이 없다. 맘몬이란 인간의 내면에 무섭게 살아 있는 교활한 세력이요, 그것과 결탁한다면 세상의 온갖 행복, 세상에서의 성공과 안전을 보장받으리라는 ‘악의 신비’에 자리잡은 어둠의 세력이다. 예수의 유혹 이야기에서 나오는 돈과 명예, 그리고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일체의 소유욕, 지식과 지위, 권력, 재능 그 모든 물질적 정신적 소유의 세계를 일컫는 것이 바로 맘몬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의 허상을 신봉케 하고 하느님의 얼굴을 가리게 하는 ‘인간의 우상’이 바로 맘몬이다. 

      
富는 하느님의 축복이긴 하지만 많은 이웃이 고통을 당하고, 굶주릴 때 그들을 외면하고 끝없는 욕심으로 축적할 때 그것은 ‘피’가 된다. “만일 누가 가난하다면 다른 누군가가 더 차지했거나, 물려받았기 때문이고, 더 가진 이 몫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기 전까지는 도둑질한 물건으로 남는다”고 교회의 교부들은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이든 간에 많이 가졌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만큼 하느님과 이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그 책임이란 진정한 포기와 나눔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일 수밖에 없다. 세상의 가난한 이들의 그 ‘강요된 가난’이 인류의 죄라고 한다면,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은 감히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회의 수많은 성인 성녀들이 걸었던 길이 바로 이러한 가난의 길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가난 자체가 미덕도 아니고, 부요함도 그 자체로는 죄악이 아니다. 그리고 부자가 하늘 나라에 절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내가 벌고 있는 돈들이 아무리 떳떳하고, 당당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돈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벌었으니,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니가 뭔데?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 보겠다는 데, 니가 뭔데?|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필요한 말은 아마도 이런 말이 될 것이다. 개처럼 벌면, 개처럼 쓰기 마련이라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는 마음, 내가 번 돈들에 남의 땀과 남의 피와 남의 눈물이 함께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헤아리려는 마음, 돈 쓸 때마다, 이러한 마음을 떠올리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말이다. 

       
오늘 복음을 “나는 부자도 아니니까, 나와는 상관 없는 복음이구만” 하며 내 눈길을 돌리기보다는, 내가 재물에 대해서 어떤 태도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는지를 반성하는 계기로 오늘 복음을 대한다면, 분명 우리에게도 복된 소식, 기쁜 소식으로 다가 올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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