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8일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바쁘게 사는 것이 알차게 사는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바쁘면, 좋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요즈음 바빠서 죽을 지경이라는 푸념을 마치 자랑처럼 늘어 놓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 가는 사람 치고, 자신이 어디를 향해서,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알면서 삶을 음미하며 살아가는 사람, 그리 흔치 않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하지만, 머리가 나빠서라기 보다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혹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바쁘게 일에 쫓겨서 하다 보면, 항상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마련이다. 바쁘게 해 치우는 일, 항상 마무리가 깔끔하게 제대로 되지 않고 불량품이 많은 법이다.
우리는 마르타와 마르타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마르타와 마리아, 이 두 자매가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마르타가 청하는 대로 마리아를 타이르지도 않고, 두 자매를 화해시키는 노력도 하지 않으신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마리아의 편을 더 드신다. 마르타가 많은 일 때문에 부산을 떨지만, 마리아는 필요한 한 가지, 좋은 몫을 택했다고 말씀하신다. 화해시키고, 화평을 이루셔야 할 분이 오히려 자매간의 갈등의 골을 더 깊이 파버리신다.
사실, 오늘 복음은 마르타와 마리아 두 자매를 등장시켜서 예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삶을 사는 신앙인이 되라고 권고한다. 세상의 여러 가지 일에 골몰하기 보다는 예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르는 사람으로 살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분명, 마르타의 삶도 필요하고, 마리아의 삶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의 지나친 치우침은 없어야 한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을 너무 단순하게 기도와 활동의 양자택일로 대비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마리아와 마르타 중에 어느 한쪽을 택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OX 퀴즈가 아니라는 말이다. 마리아의 삶이나, 마르타의 삶이나 상관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경천하면서 동시에 애인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싶다.
오늘 복음은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나는 그저 그 말씀을 듣고만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나의 삶의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실천해 보려고 몸을 움직거리고 있는가? 왜 자꾸 일을 벌이려고 하는가? 일에 대한 욕심이 지나친 것은 아닌가? 정녕 그 일들이 모두 하느님의 일인가? 하느님의 일 한답시고, 오히려 자기 주가 올리고, 자기 스펙 쌓는 일은 아닌가? 라고 반문하게 한다.
조용히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기도하는 사람은 그 마음 속에 성령의 은총이 스며 들게 마련이다. 성령의 은총은 그 마음을 부서지고 낮춰진 마음이 되게 해주신다. 은총으로 부서지고 낮춰진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을 과시하거나 명령하는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