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일 수요일 수호천사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천사들의 존재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이 참으로 많다. 교회의 신학의 역사 안에서도 천사에 대한 논의들이 참으로 많이 이루어졌었다. 중세시대에는 천사들은 존재하지만, 그 체적이나 부피가 없다는 정의에 따라서, 그러면, 뾰족한 바늘 끝에 천사가 몇이나 올라 설수 있겠는가 하는 식의 황당한 물음으로 교회 안팎이 시끄럽기도 했다.
교회가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천사에 대한 교리에 따르면, 천사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한편으로는 사람을 지켜주고,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천사에 대한 교리는 사실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을 확장시킨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 감각의 대상인 세상과 우리의 감각을 초월하는 영의 세계도 창조하셨다는 창조주에 대한 신앙고백을 바탕으로 해서, 교회는 천사가 존재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지내는 수호천사 축일은 천사들을 기리고, 천사들의 업적을 찬양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스스로 땀 흘리시며 일하시는 분, 그 일 때문에, 세상을 위한 구원 때문에 천사들까지도 파견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는 날이다.
사실, 세상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땀 흘리시는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모든 존재는 다 천사이다. 하느님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면, 나도 여러분에게 천사가 될 수 있고, 여러분도 나에게 천사가 될 수 있고, 여러분도 여러분들 서로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
오늘 복음은 이 물음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해주시는 주님을 보여준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여러분은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에서 작은 이들이란 누구일까? 키 작은 사람? 어린 아이? 사람마다 대답은 제 각각이겠지만, 지금 이 나라 이 땅에서 업신여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지금 이 나라 이 땅에서 업신여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천사를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정의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 평화의 하느님 뵙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 그들에게 천사가 되어 주는 것이 지금 이 나라, 이 땅에서 믿는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 교회, 바로 나, 바로 너, 바로 우리들, 지금 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 모두다.
천사를 보고 싶은가?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너와 내가 우리들 모두를 포함한 이 세상에 천사가 되어 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