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6일 월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께서 지상의 삶을 사시는 동안의 당신의 나라는 유다였고, 그 나라는 기원전 75년경부터 이미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으니, 예수님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로마제국의 식민지 유다의 한 시민이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백인대장, 유다인의 원로들을 굳이 비교하자면, 백인대장은 로마제국에서 100명의 군인들의 대장이요, 라틴어로 centurion이라고 불렀으니,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총독부 소속 장교 정도 될 것이고, 유다인의 원로들은 제2 황국신민 정도 될 것 같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자기 노예를 아끼고 사랑했다. 게다가 신실한 유대인들은 결코 이방인들의 지붕 아래, 곧 그의 집안으로 들어 가지 않는다는 유대인들의 관습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비록 로마인이었지만, 타인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할 줄도 알았다. 이 백인대장은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의 소유자였다.

백인대장은 예수님을 두고, « 주님 »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 주님 »이라는 분이 자신의 집으로 직접 가겠다는 것은 로마제국의 백인대장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신실한 유대인들은 결코 이방인의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주님 »라면 의례 그 종을 데리고 나오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성은이 망극할 만한 일인데, 자신의 눈 앞에서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 « 주님 » 그런 것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개 돼지만도 못한 자신의 종을 고쳐주겠다 하니, 몸 둘 바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요, 예수님을 진짜 « 주님 »으로 알아 뵙고, 그분에 대한 존경을 넘어서서 흠숭의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더불어 자신은 그분 앞에서 더욱더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이 그로 하여금 이런 말을 하게 한다: « 주님,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

백인대장의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은 마침내 예수님을 탄복시킨다. 그리고 예수님은 한 말씀으로 백인대장의 품위를 끌어 올려 주신다: «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습니다 »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참된 신앙은 성숙한 인격, 성숙한 시민의식과 반드시 정비례한다. 신앙 따로, 인격 따로인 사람, 신앙 따로, 성숙한 시민의식 따로인 사람은 참된 신앙인이 아니다. 그저 신앙을 빌미로 자신의 명예욕을 채우는 사람, 신앙을 빌미로 타인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 신앙을 빌미로 자신의 잘남을 과시하려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며 다가온다 : « 나는 신앙인이면서,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 아니면, 그저 무늬만 신앙인, 열심한 체하는 신앙인, 앞뒤가 안 맞는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가 ? »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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