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아버지 집에 있어야

주님의 성탄 대축일이 지나고 처음 맞이하는 주일을 교회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로 지냅니다. 모든 사람이 비슷비슷하듯이, 예수님 역시 요셉과 마리아의 가정에서 양육받고 성장했습니다. 한 사람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태어나서 1-2, 길게 잡아도 6-7년의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시기 동안 아기는 엄마 품에서 사랑으로 느끼며, 최초의 성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정은 우리 모두에게도 그러하듯이, 이제 갓 태어난 예수님에게도 가장 중요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가정이 다 그렇듯이, 시련과 고통없는 가정 역시 없을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을 보면, 헤로데 임금은 유다인의 왕이 태어났다는 동방박사들의 말을 듣고, 그 유다인의 왕을 없애기 위해 예루살렘 근방의 두 살 이하의 어린아이들을 죽입니다. 주님의 천사는 요셉에게 이집트로 피신하라고 명하고,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족을 이끌고 이집트로 피신합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아무 말없이 자신들에게 들이닥치는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을 받아들입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셉과 마리아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과 마음을 보여줍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들의 가정을 지키고 그들의 자녀를 지키기 위해 쏟아야 하는 땀과 눈물을 요셉과 마리아가 보여줍니다. 특별히 오늘 가정과 자녀를 지키기 위해 쏟는 세상 모든 아버지의 땀을 응원하고, 세상 모든 어머니의 눈물을 위로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우리가 묵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오늘 복음에서 어머니 마리아가 아들 예수님께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하고 말하자, 예수님은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하고 대답합니다. 예수님은 양아버지 요셉이 아니라 성부 하느님께 속해 있음을 은연 중에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자녀들은 부모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도 마찬가지로 자기 부모를 떠나 하느님 안에서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부모들이 기도해야 합니다.

둘째로, 예수님은 나자렛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순종하며 지냈다고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진 자녀들입니다. 이 세상에 부모 없는 사람은 없으며, 자녀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부모에게 어떻게 대하며 살았으며, 지금 부모에게 어떻게 대하며 살고 있는지도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맞아 우리 본당 신자들과 모든 가정에 주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의 기도와 보호가 있으시기를 빕니다. 시련과 고통 속에 있는 가정에도 주님께서 용기와 위로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우리들의 자녀들에게도 주님께서 그들의 인생을 이끌어 주시고, 그들의 삶을 감싸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 모든 가정을 위해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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