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이준혁(사무엘) & 강선희(루치아) / 석포성당
우리 가정엔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새벽미사와 가정기도를 함께 드렸습니다. 가정의 크고 작은 어려움과 바람들을 늘 함께 기도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미사와 가정기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부모로서 신앙교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구 가정사목국에서 진행하는 ‘가정성화미사 및 성가정상 순회기도’가 우리 본당에서 개최되었고, 우리 부부는 희망을 품고 ‘성가정상 순회기도’에 신청했습니다. 신앙에 대한 아이의 차가운 마음과 무분별한 태도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겼습니다.
드디어 본당에서 ‘가정성화미사’를 봉헌하는 날, 자녀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가정이 성가정상을 모시고 한 달 동안 매일 기도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마침 성가정상을 모시는 기간이 아이들 시험 기간이라, 가정기도 시간은 아이들 일정에 우리 부부가 맞췄습니다. 기도드리는 첫날 성가정상 앞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눈물이 났습니다. 제 힘으론 불가능해 보였던 ‘가정기도’에 아이들이 아무런 불평 없이 주님 앞에 다시 모이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가정기도 안에서 ‘우리’를 발견하고, ‘우리’ 안에서 ‘나’를 봅니다. 기도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부모가 드리는 ‘자녀를 위한 기도’는 세상 그 어떤 사랑보다도 더 진실하고, 자녀가 드리는 ‘부모를 위한 기도’는 부모에게 받은 그 사랑만큼 진실합니다. 복음을 읽고 나누면서 말씀대로 살아가는 방법과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되고, 내 생각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려 결심합니다. 그리고 부족하고 연약한 자신을 성찰하면서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합니다. 이렇게 가정이라는 소중한 공동체 안에서 신앙이 길러지고 성장하는 걸 봅니다.
가정기도를 함께 할수록 아이들이 변해갔습니다. 기도시간이 더해 갈수록 서로에 대한 공경과 사랑은 주님 안에서 깊어졌습니다. ‘성가정상 순회기도’의 마지막 순서로, 서로 허그할 때엔 딱딱한 마음이 부서지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따뜻이 안았습니다.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 서로 변했다는 생각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자신을 내어주며 하나 되는 큰 사랑으로 변했습니다. 가정기도는 희생하여 자신을 내어줄 때 가능하며, 그로 인해 하느님과 가족을 향한 온전한 사랑이 남습니다. 이번 ‘성가정상 순회기도’를 통해 온전한 사랑을 얻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