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가톨릭부산 2024.12.27 09:34 조회 수 : 16

호수 2848호 2024. 12. 29 
글쓴이 이준혁 사무엘 & 강선희 루치아 
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이준혁(사무엘) & 강선희(루치아) / 석포성당

 
   우리 가정엔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새벽미사와 가정기도를 함께 드렸습니다. 가정의 크고 작은 어려움과 바람들을 늘 함께 기도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자 미사와 가정기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부모로서 신앙교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구 가정사목국에서 진행하는 ‘가정성화미사 및 성가정상 순회기도’가 우리 본당에서 개최되었고, 우리 부부는 희망을 품고 ‘성가정상 순회기도’에 신청했습니다. 신앙에 대한 아이의 차가운 마음과 무분별한 태도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겼습니다.
 
   드디어 본당에서 ‘가정성화미사’를 봉헌하는 날, 자녀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가정이 성가정상을 모시고 한 달 동안 매일 기도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마침 성가정상을 모시는 기간이 아이들 시험 기간이라, 가정기도 시간은 아이들 일정에 우리 부부가 맞췄습니다. 기도드리는 첫날 성가정상 앞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눈물이 났습니다. 제 힘으론 불가능해 보였던 ‘가정기도’에 아이들이 아무런 불평 없이 주님 앞에 다시 모이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가정기도 안에서 ‘우리’를 발견하고, ‘우리’ 안에서 ‘나’를 봅니다. 기도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부모가 드리는 ‘자녀를 위한 기도’는 세상 그 어떤 사랑보다도 더 진실하고, 자녀가 드리는 ‘부모를 위한 기도’는 부모에게 받은 그 사랑만큼 진실합니다. 복음을 읽고 나누면서 말씀대로 살아가는 방법과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되고, 내 생각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려 결심합니다. 그리고 부족하고 연약한 자신을 성찰하면서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합니다. 이렇게 가정이라는 소중한 공동체 안에서 신앙이 길러지고 성장하는 걸 봅니다. 
 
   가정기도를 함께 할수록 아이들이 변해갔습니다. 기도시간이 더해 갈수록 서로에 대한 공경과 사랑은 주님 안에서 깊어졌습니다. ‘성가정상 순회기도’의 마지막 순서로, 서로 허그할 때엔 딱딱한 마음이 부서지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따뜻이 안았습니다.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 서로 변했다는 생각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자신을 내어주며 하나 되는 큰 사랑으로 변했습니다. 가정기도는 희생하여 자신을 내어줄 때 가능하며, 그로 인해 하느님과 가족을 향한 온전한 사랑이 남습니다. 이번 ‘성가정상 순회기도’를 통해 온전한 사랑을 얻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2880호 2025. 7. 27  나도 그들처럼 그렇게 걸으리라. 도명수 안젤라 
2879호 2025. 7. 20  “농민은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하느님의 정원사입니다.” 서현진 신부 
2878호 2025. 7. 13  노년기의 은총 윤경일 아오스딩 
2877호 2025. 7. 6  그대들은 내 미래요, 내 희망입니다. 이나영 베네딕다 
2876호 2025. 6. 29  주님 사랑 글 잔치 김임순 안젤라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