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주님의 탄생 축일’인 ‘성탄 대축일’이 돌아왔습니다. 2,000년 전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태어나심을 기뻐하며 축하하는 날입니다. 오시는 예수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과 사랑과 평화를 가득 내려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기쁘고 복된 성탄절 지내십시오.
감성이 무디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주위의 어려운 여건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분들이 별다른 느낌 없이 덤덤하게 성탄절을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또 많은 분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해서 기쁘게 성탄절을 맞습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모두 세 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오심은 2,000년 전 가난했지만 순박하고 신앙이 투철했던 마리아와 요셉 부모님 아래, 베들레헴 마구간 구유에서 나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것입니다.(과거) 두 번째 오심은 지금 우리에게 날마다 오시는 예수님의 오심입니다. 우리 한가운데 오시어 우리의 마음을 열라고 조용히 문을 두드리시는 분이십니다. 결코 억지로 그 문을 여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 자신이 그 문을 열기를 밖에서 조용히 기다리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그 문을 열면 우리 가운데 오시어 항상 우리 곁에 계시면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현재) 세 번째 오심은 종말에 영광의 심판주로 오시어 우리를 영원히 당신 곁에 두시려고 아버지의 나라로 데려가실 것입니다.(미래)
예수님이 이 세상에 첫 번째 오셨을 때, 세상은 몹시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로마의 속국이었고, 백성들은 가난했고 율법에 지쳤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들의 편에 서시어 하느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시다가 결국 종교 지도자들의 손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되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사흘 만에 부활하셨고 하느님 아버지께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우리 곁을 영영 떠나가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더 가까이 오십니다. 두 번째 오심은 날마다 일어납니다. 언제가 그날이 되면 예수님은 세 번째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이 땅에 다시 오실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처럼 지금 이 세상 역시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힘들어합니다. 그때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 편에 서시어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내어주셨던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선사하시고 ‘용기를 내라’ 하시면서 우리를 격려하십니다. 예수님의 성탄이 주는 선물은 바로 ‘희망’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로마서 5장에서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하면서, ‘환난도 자랑으로 여긴다’고 하셨습니다.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로마 5,3-4)고 우리를 격려하십니다. 삶이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병고로 고통을 받는 사람, 자신을 버리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생명과 사랑과 희망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사건이 바로 성탄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번 성탄에도 오시는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이고 그분이 내리시는 희망을 안고 힘차게 살아갑시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은혜요 특권입니다. 올해 성탄에도 그분이 끝없이 내리시는 큰 선물인 ‘희망’을 가득 안고 복된 삶을 살아갑시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