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강론 – 빈방
주임신부 2024. 12. 24 밤, 덕계성당
오늘,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탄생하셨다는 내용이 보이는데,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아기를 구유에 뉘었다.’라고 합니다.(루카 2,7 참조)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어느 교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많은 교회에서도 그러하듯, 성탄을 맞으며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성탄 축제를 마련하고 오늘 복음 내용을 연극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교회에서도 그러했는데, 연극에서 여관집 주인 역할을 맡은 한 어린이가 한마디 해야 할 간단한 대사는 바로 ‘방이 없소!’였습니다. 그 어린이가 ‘방이 없소!’라고 말할 차례가 되었는데, 자꾸만 머뭇거렸답니다. 그 말을 하기가 그리 힘들었나 봅니다. 한참을 머뭇거린 그 어린이가 울먹이며 내뱉은 말은 정작 해야 할 말인 ‘방이 없소!’가 아니었습니다. 그 어린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방이 있어요! 우리 집에는 빈방이 있어요.’였습니다. 사실, 그 어린이의 집에는 빈방이 있었기에 그로서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 집에는 빈방이 있어요!’라고 내뱉은 이 한마디 말 때문에 연극의 흐름은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거기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크나큰 감동을 지닐 수 있었다고 합니다.
주님 성탄을 맞으러 이 자리에 모여 오신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 각자를 위해 오신 구세주의 성탄을 함께 기뻐하면서, 우리에게 오신 주님을 우리가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치우는 작업부터 해 보았으면, 그럼으로써 내 안에 주님을 모실 깨끗한 빈방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에 오신 주님의 축복과 은혜가 가득하길 기원하며, 이 강론을 다음의 기도로써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저에게 오시는 주님, 제 속엔 당신께서 쉬실 곳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제 안에 머물러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