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는 자발적으로

가톨릭부산 2017.05.02 16:51 조회 수 : 173

호수 2433호 2017.05.07 
글쓴이 전동기 신부 

성소는 자발적으로

 

전동기 신부 / 우동성당 주임

 

  오늘은‘거룩한 부르심’을 뜻하는 성소(聖召) 주일이다. 하느님께서 부르신다는 말이다. 사실, 이 세상 사람 중에 하느님의 부르심과 무관하게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내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부모로 해서 태어나야 되겠다고 나 혼자 결심하고 계획을 짜서, 내 의지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하느님은 생명의 원천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넓은 의미로,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성소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안으로 시각을 돌린다면, 성가대에서 봉사하고, 미사 해설하고, 성모회에서 봉사하고, 예비신자 교리반 봉사를 하는 것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일이고, 그래서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 성소에 대한 응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소 주일은 수도자와 성직자 성소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는 날이다. 하느님의 일을 위해서 자신을 오롯이 내어놓는 삶을 살아가고자, 주님의 부르심에 더욱 집중하는 날이다. 특히 젊은이들이나 어린이들이 성소의 씨앗을 잘 심고 가꾸도록 함께 기도하고 다독여 주는 날이다.
  이러한 성소는 기도와 함께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자발성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강요나 주위의 눈치 때문에 마지못해서 성소를 택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곤란하다.
  신학교에서 성소의 길을 걷다가 뒤늦게 그 길이 자기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방향전환을 하더라도 떳떳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착각일 뿐이다. 그런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호르헤 마리오(현 프란치스코 교황)가 처음 신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때, 가족의 반응은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아버지는 만족하였고 어머니는 서운해 하였다고 한다. 제일 기뻐하고 감격한 사람은 할머니였다고 한다.“잘했다. 하느님께서 너를 부르신다면 복 받은 것이지.”하면서 조언도 해주셨다고 한다.“그렇지만 네가 돌아올 수 있는 우리 집 문이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생각이 바뀐다 해도 아무도 너를 책망하지 않을 거야.”이런 할머니의 넓고 자비로운 마음이 어린 호르헤 마리오에게 깊이 각인되어 오늘날 자비와 사랑을 강조하시는 평화의 사도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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