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33호 2017.0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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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주영 첼레스티노 |
성삼위와 글쓰기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장 park21@chosun.com
어쩌면 직업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일, 저런 모습을 보면‘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때론 성경을 읽을 때, 때론 기도문을 외울 때도 그 표현 방식의 측면에서 보곤 합니다. 어느 날‘중3’인 딸이“아빠, 글쓰기는 어떻게 해?”라고 물었습니다. 매일 하는 일이 기사를 쓰거나 고치는 일이라 쉽게 대답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막상 닥치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느끼는 대로 네 생각대로 쓰면 돼”“서론, 본론, 결론으로 조리있게 하면 돼”라고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 뒤 애한테‘뭐라고 설명하면 쉽게 이해될까?’라고 고민해 봤습니다. 이리저리 궁리를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평소 접하는 기도문을 갖고 설명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음, 그래. 서론, 본론, 결론이 가장 기본적 골격이니… 성호경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성부’께서 서론,‘성자’께서는 본론,‘성령’께서는 결론인 셈이지요.
성부께서는 우주만물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성자께서는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이 되셨습니다. 또 그 분께서는 십자가에서 수난하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셨습니다. 그로부터 성령을 보내시어 저희를 돌보시게 하셨습니다.‘하느님의 구원사업’은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서론은 주제의 시작을 알리며 관심을 끌게 합니다. 본론은 전체의 핵심이자 중심입니다. 결론은 글을 마무리하며 읽는 이를 끌어들여 일체가 되게 합니다. 서론과 본론, 결론은 서로 따로 놀아서는 안 됩니다. 하나의 주제로 긴밀하게 연결돼 하나를 이뤄야 좋은 글이 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한 몸이시죠.‘삼위일체’입니다.
우리 본당에서는 미사 시간에 따라 사도신경을‘콘스탄티노플 신경’으로 바칩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말은 못해도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성부, 성자, 성령의‘서론, 본론, 결론’으로 골격을 짜고 외웠더니 됐습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또한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 하느님의 외아들 /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그런데“이건 지식인데…”라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래서‘여기에 묵상을 더하고, 고요히 머무름을 버무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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