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 일지

가톨릭부산 2024.12.11 17:34 조회 수 : 8

호수 2845호 2024. 12. 15 
글쓴이 서현우 요셉 
나의 신앙 일지

 
서현우 요셉
남산성당 · 교구 청년연합회 부회장

 
   2015년 3월. 갓 20살이 된 나는 부산에 내려오게 되었다. 19년간 서울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부산 사투리와 거친듯하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게 느껴졌다. 부산에 내려와 가장 먼저 찾아본 곳은 성당이었다. 주일 저녁,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집에서 제일 가까운 남산성당으로 발걸음이 향했고, 때마침 청년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미사가 끝난 후 수녀님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 청년회에 가입을 권유하셨는데, 첫날 바로 가입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기쁘게 수녀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청년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청년회 사람들은 서울에서 온 나를 신기해하며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렇게 부산에서의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대의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신앙 공동체 안에서 청춘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봤다.
 
   [희] 청년회에서 활동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은 주일학교 여름신앙캠프에 지원 갔던 때다. 아이들이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열과 성을 다하였다.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아이들의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웃음을 보며 나 또한 덩달아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로] 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언제나 기쁘고 즐거울 수만은 없지 않은가? 본당 청년회 총무와 부회장, 금정지구 청년회 부지구장과 지구장, 그리고 부산교구 청년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의견 차이로 인하여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마음이 상해 싸우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늘 공허함과 미안함이 앞서는 것 같았다.
 
   [애]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두 회원을 하느님 곁으로 떠나보냈다. 가까이서 함께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너무도 큰 슬픔이었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후회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님께서 보살펴 주신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락] 작년 여름 포르투갈에서 열렸던 세계청년대회(WYD)에 참가하여 교황님도 뵙고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었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우리지만 주님을 향해 하나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 주님을 찬양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그때의 즐거웠던 감정이 솟아오른다.
 
   이렇게 나는 20대의 [희] [로] [애] [락]의 순간을 교회 안에서 보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나의 신앙이 더 깊어지고 성장할 수 있었기에 축복받은 20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비록 부산을 떠나 다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현재 삶의 자리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나의 제2의 고향인 부산과 근 10년간 날 따듯하게 품어준 부산교구와 금정지구 그리고 남산성당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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