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톨릭부산 2024.12.11 17:32 조회 수 : 27

호수 2845호 2024. 12. 15 
글쓴이 이동화 신부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동화 신부
당감성당 주임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대림 3주의 복음은 우리를 세례자 요한에게로 인도합니다. 세례자 요한 역시 오실 분을 기다리는 이였습니다. 요한은 구원의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며 회개의 세례를 선포합니다.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개입니다. 회개란 삶의 방향 전환을 뜻합니다. 그러나 막상 삶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합니다. 이런 맥락 안에서 오늘 복음은 군중들의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군중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요한은 군중들에게 여벌의 옷과 음식을 가난한 사람과 나누라고 요청합니다. 동시에 세리들에게는 정해진 것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말 것을, 그리고 군인들에게는 다른 이의 것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 것을 요청합니다. 한마디로 세례자 요한이 요청하는 회개란 자선을 베풀고 정의를 세우라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사실 자선과 정의는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의 요청이자 그리스도교 전통이 가르치는 바이기도 합니다.
 
   자선은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가장 구체적인 형태입니다. 자선은 단순히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참다운 자선은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자리(입장)에 함께 서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자선은, 우리 자신이 노력해서 이루고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상 자기 자신의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가져다 줍니다. 그러기에 자선은 우리가 현세 사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 주며,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하듯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 줍니다. 자선은 참으로 자선이라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가 자선의 의미를 더욱 묵상하면 할수록, 자선은 정의의 요청에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거나 ‘강탈하거나 갈취’하는 마음으로 자선을 행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가난한 이들의 몫을 돌려주지 않는 정의란 거짓 정의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선과 정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덕목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사랑의 두 얼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기 위해 회개를 요청합니다. 회개란 자선을 베풀고 정의를 세우는 일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한국 교회는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 및 사회 교리 주간으로, 그리고 대림 제3주일을 자선 주일로 보냅니다. 자선을 베풀고 정의를 세우는 일은 오늘도 여전히 우리가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며 묵상하고 실천해야 하는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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