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일(다해) 강론 – 소리
주임신부 2024. 12. 8, 덕계성당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들리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동네를 지나가다 보면 여러 소리들이 들립니다. - “싱싱한 생선이 왔어요, 생선이. 공기 좋고 물 좋은 남해에서 방금 올라온…”, “집 안에 있는 고장 난 가전제품이나 물품들 가져오시면 수리해 드립니다~” 등의 소리도 들리지요. 우리 주변의 소리들. 치열하리만치 생생한 삶의 현장 안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인간적인 맛이 나고 한편 정겹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소리들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적어도 거기에는 외치고 있는 사람 자신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외치는 소리가 무슨 내용을 말하고 있느냐가 아니겠습니까? 외치는 사람도 필요하겠으나, 그보다는 외치는 내용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것이 장사라면 성공할 수도 또는 실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대림 제2주일을 맞으며, 복음을 통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루카 3,4)의 장본인인 세례자 요한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예수님이 아닌 세례자 요한입니다. 그런데 사실, 세례자 요한 자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내용이 중요하겠습니다. 그 소리의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구세주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야 한다는 것으로서(루카 3,4 참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대림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자리의 우리에게 들려오는 살아있는 소리, 좋은 소리로서의 내용입니다.
우리가 세상 안에서 그리고 교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다 보면 소리를 만나고, 그 소리의 내용에 따라 ‘좋은 소리’ 또는 ‘나쁜 소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나쁜 소리 때문에 상처와 혼란, 그리고 분열이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는 성직자 때문에, 수도자 때문에, 형제자매 때문에 마음 상처 받는 경우도 있고 오해나 불화가 생기기도 하며, 심지어 하느님을 등지게 되는 경우조차 실상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 특히 이 나라의 요즈음 모습을 볼 때에도 ‘소리’라는 것이, 이 ‘소리의 내용’이 얼마나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는지를, 소리에는 반드시 객관성과 타당성과 합리성을 지녀야 하는지를,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게 됨을 우리는 새삼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소리는 ‘좋은 소리’ 아닌 ‘나쁜 소리’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이런저런 나쁜 소리들 때문에, 우리 사이에 골짜기가 깊어지고, 산과 언덕이 높아지며, 굽어있고 거친 길이 만들어지게 됨을 우리 모두는 안타깝게 생각하며 또한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대림 시기를 보내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가정과 주변 안에서,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안에서 ‘오시는 주님의 길’이 평탄한 길로서 잘 마련될 수 있길 우리로서는 노력하며 기원했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 내용이 우리 각자의 실천적 지침이 되길 바라며, 이 ‘좋은 소리’로써 이 강론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