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필요한 것
사회사목국(051-516-0815)
사랑에 중요한 것은 마음이겠지만 마음만으로는 관계를 이어가기가 어렵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만큼 잘 보이는 현실 때문입니다. 바울라 씨(가명, 74세)는 성당에 다시 나가고 싶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울라 씨는 집에서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14년간 모셨습니다. 스무 살에 6·25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후 재가하지 않고 홀로 그녀를 길러온 어머니였습니다. 그녀는 그런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고 주님을 찾았습니다. “세례를 받고 활동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치유됐어요. 성당에 나가는 게 좋았지만, 지금은 못 가고 있어요.” 그녀가 성당으로 향하지 못하게 된 것은 주님에 대한 사랑이 없어서도, 교우들과의 관계에 불만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미사 참여와 어울림에 드는 비용이 그녀에게는 아픈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결혼할 때 남편 인물을 보고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했지 뭐예요.” 바울라 씨의 남편은 신혼 초부터 가정에 생활비를 가져오지 않았고 평생 사업 시도와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그는 결국 바울라 씨 어머니의 재산에까지 손을 대, 어머니는 사위의 빚 문제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습니다. 평생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바울라 씨는 결국 딸의 결혼 후 그와 다른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바울라 씨는 재봉 기술을 배워 공장에서 일하며 두 자녀를 길렀습니다. 어머니의 치매 발병 이후에는 간병 때문에 반나절만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지인의 배려로 가끔 들어오는 작업물이 있지만, 이 일만으로는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고령과 여러 질환으로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렵고, 자녀가 있어 정부 지원을 받지도 못합니다.
자녀들이라도 잘 살아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들은 몇 년 전 투자 사기로 부채가 1억 원이 넘게 생겨 개인회생신청 중입니다. 딸은 바울라 씨에게 돈을 계속 빌려 갔고 그녀의 보험까지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2억 원이 넘는 빚을 남기고 올해 1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바울라 씨는 고혈압, 당뇨, 수정체 탈구, 관절염 등 여러 질병 치료에 보험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 보험이 딸과 함께 사라진 것입니다. 이제 그녀에게는 딸이 남긴 빚과 상실감이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깊은 구렁 속에서 부르짖을 소리조차 나오지 않아 우두커니 있는 그녀를, 그저 스치기보다는 알아봐 주는 분이 되어주시길 청해봅니다. 예수님께서 기꺼이 낮은 곳으로 오신 이 12월, 실천하는 사랑은 그분께 안겨드릴 성탄 선물이 되어 빛날 것입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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