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44호 2024. 12. 8 
글쓴이 이영훈 신부 
“그 누구도 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영훈 신부
노동사목 부산본부장


 
   하루에도 수많은 메시지를 받습니다만, 언제나 제 심장을 순간적으로 멈추게 하는 문자가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시에 사망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노동사목에 몸담고 있지만, 이들의 죽음은 아직도 그리고 언제나 저에게는 익숙함이 아니라 무거움과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지만, 그리고 대형 참사로 이들의 죽음이 어느 정도 알려지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 사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 인간의 생명’을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그대로 둔 사이, 또 다른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립니다. 무관심 속에서 ‘인간’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무관심의 일원이기에 아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의 아픔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더 힘든 만남이 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자녀를 사업장에서 잃고 울부짖는 부모를 만날 때마다, 아침 출근을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이별한 자녀의 들썩이던 어깨를 볼 때마다, 얼마 남지 않은 재회를 기다리다가 차가운 관에 실려 되돌아온 이주노동자를 쓰다듬는 가족을 볼 때마다, 저는 무력함에 잠시 멍해집니다. 
 
   “신부님, 함께해 주시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를 다시 붙잡아 주는 이는 신비롭게도 유가족입니다. 사회의 무관심으로 고립감과 외로움에 빠진 그들의 옆자리에 제가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저에게 전해지는 그들의 고마움은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합니다. 
 
   “그 누구도 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제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이윤과 생산성보다 노동자 생명이 무시되는 세상, 사람이 죽어도 무관심하며 ‘구조적 악’을 개선하지 않는 세상은 결국 ‘생명이신 하느님’을 부정하는 세상입니다. 사제인 저로서는 이러한 세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 말을 되새기며 ‘인간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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