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지 소 식
영국 성공회 소속 존 스토트 목사가 그리스도교 신자가 천국의 시민임을 알리기 위해 소개한 예화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젊은이가 길을 걷다가 5달러짜리 지폐를 주웠다. 그날 이후 그는 길을 갈 때 결코 눈을 들지 않고 땅만 바라보며 걸었다. 그 결과 여러 해가 지나자 그에게는 2만 9,516개의 단추와 5만 4,172개의 바늘, 1센트짜리 동전 12개, 구부러진 등뼈와 인색한 성격이 남았다. 그리고 눈 부신 햇살과 빛나는 별, 친구들의 얼굴에 가득한 미소, 봄에 핀 꽃들을 그는 보지 못했다. 그의 눈은 그저 길가의 하수구만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저마다 삶에서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는 다 다릅니다. 다만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은 하나의 가치에만 너무 치중합니다. 그 가치가 돈입니다. 문제는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을 보거나 자기 삶을 마무리할 즈음 발생합니다. “물질만 좇아 살아온 인생에서 과연 남은 것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그것입니다. 삶의 이치와 진리, 보람과 의미에 대해서 궁리하거나 고민한 적이 없으니 그 두려움은 점점 커져갑니다.
물질적인 부분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의미 있다고 믿었던 일이나 신념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이어령 선생이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에서도 밝힌 내용입니다. 그가 연구와 집필에 한참 몰두하던 시절, 그의 어린 딸은 늘 서재에서 바쁘게 일하는 아빠를 보며 성장했다고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굿나잇’이라는 인사말도 건네지 못한 채, 그저 아빠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게 한 것에 대한 회한과 후회를 밝히며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만일 지금 나에게 그 3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느님께서 그런 기적을 베풀어주신다면, 너는 힘차게 서재 문을 열고, ‘아빠 굿나잇!’하고 외치는 거다.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두 품을 활짝 편다. 내 키만큼 천장에 다다를 만큼 널 높이 치켜올리고 너의 뺨 위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거다.”
병영순교성지 후원 가족 여러분, 2024년 한 해는 행복하셨습니까? 12월 첫날 성지소식글을 적으면서 ‘벌써?’라는 한숨이 흘러나왔습니다. 돌아보니 여전히 세상이 원하고 바라고 지향하는 방향으로 분주하게도 움직였습니다. 더는 땅만 바라보는 인생도, 누군가에게 뒷모습만 보이는 인생도 아니길 희망합니다. 하늘과 땅, 앞과 뒤를 바라보되, 두 팔을 벌려 “굿모닝! 굿나잇!”을 나누는 삶이 되기를 청합니다. 특별히 건강 유의하시고 한 해 마무리 잘하시기를 이곳 성지에서 기도드리겠습니다.
※ 11월 후원 현황은 첨부된 파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