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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사진: 부산 양산 울산 베트남 공동체 성지순례(10/27)


[ 머릿글 ]

< 위령성월을 맞아 >

 

이 동 화 (타라쿠스) 신부 / 당감성당 주임

 

해마다 11월이면 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11월의 첫날은 모든 성인의 대축일이고, 그다음 날 112일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비록 지상의 삶을 마감하였지만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우리의 신앙 때문입니다. 죽음으로 그들의 영혼과 인격이 사라지거나 없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있다는 믿음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끼치듯, 산 이와 죽은 이 역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살아있는 우주 만물을 짓밟고서 인간이 잘 살 수 없듯이, 죽은 이들을 외면하고서 살아있는 이들이 잘 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11월의 첫날, 천상의 교회에 참여한 모든 성인들에게 지상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하며 기도합니다. 11월의 둘째 날 교회는 단련과 정화 가운데 있는 연옥의 영혼을 위하여 우리가 기도합니다. 우리의 기도로 그들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내려지길 청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찬미 받으소서, 91)” 우주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끼치고, 어제는 언제나 오늘 살아있습니다. 또한 죽은 이들 역시 살아있는 이들의 삶 안에 여전히 살아있고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하여 11월 위령의 달에, 19701113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스스로 몸을 살랐던 전태일 열사를 기억합니다. 그는 청계천 피복 노동자였던 자신의 삶이, 더 나아가서 시다라는 모멸적인 이름으로 불리던 여성 노동자의 삶이 피폐했던 원인이 노동이 존중받지 못해서임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동원하여, 근로기준법이 지켜지고 노동이 존중받는 일터와 사회를 꿈꾸었지만 그의 꿈은 한낱 꿈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여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자신의 꿈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많은 청년과 지성인의 양심을 울렸습니다. 전태일의 죽음은 전태일의 꿈을 모든 노동자의 꿈으로 그리고 우리 모두의 꿈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전태일의 죽음은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울려 퍼지는 시작이었고, 한국에서 본격적인 노동운동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어제는 어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안에 살아있고, 죽은 이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들의 정신과 영혼 안에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전태일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것입니다. 위령성월, 오늘 여전히 그의 죽음을 다시 되돌아봅니다.


 

[ 노동사목 이야기 ]

<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해요 >

 

유 동 현 마르코 / 부산본부 노무팀장

 

이번 글에서는 현재 제가 담당하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의 임금체불 사례에 대해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베트남 유학생은 식당에서 시간제 노동을 했으나 1개월 치 임금을 받지 못했고, 사장님과 연락이 되지 않자 답답해하며 노동사목 센터에 왔습니다. 한국말이 서툴러 통역인 혹은 번역 앱을 통해 소통해야 하는 분입니다. 기초적인 상담을 하고, 함께 노동청 출석을 한 후 베트남 유학생이 제게 선생님, 잘 되겠죠? 저는 공부도 하고 일도 해야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번역 앱과 눈빛을 통해 전해지는 그 마음이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일구하기도 힘들고, 생활비와 학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 얼마나 속상할까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한국인으로서 좋은 모습과 현실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함을 느낍니다. 상담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났으나 사업주가 노동청 수사에 매우 비협조적이어서 아직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 사업주가 유학생이 주장하는 근무시간과 사업주가 기록한 근무시간이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사건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계속해서 상황을 설명하며 기다리라고 말 하기에 민망한 상황까지 왔습니다.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생활비와 학자금 마련을 위해 노동을 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학자금을 비롯한 생활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니 어떤 경우엔 법정 노동 허용 시간 주중 20시간을 초과하여 체류자격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하는 학생들도 생겨납니다. 고작 주 20시간 노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가 많습니다. 여권, 외국인등록증, 사업장등록증 사본, 통합신청서, 표준허가서 또는 재학증명서, 근로계약서, 시간제취업확인서, 한국어 성적표 등 7가지가 넘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또한 신청 방법이 어렵고 번거로워 출입국외국인청에 신고하지 않고, 사업주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시간제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정해져 있는데 택배기사나 배달라이더나 개인과외 등의 특수형태 노동은 취업이 불가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출국명령이나 졸업 후 구직자격 변경에 제한이 발생합니다. 고용주는 유학생의 시간제 노동 자격 미준수로 인한 비자변경 불이익을 이용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1년 이상 시간제로 성실하게 근무했던 유학생에게 퇴직금을 체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지급할 테니 기다려.” 라고 이야기하며 감감무소식이거나 회사 사정이 어렵다.” 라고만 하고 주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외국인 유학생이 겪은 부당함에 대해 알게 되면 사실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적반하장의 태도로 일관하는 사업주들도 있고 유학생의 피해 사실을 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수 있게 조력하겠다고 하니 그제야 온전히 지급하는 약삭빠른 태도를 보이는 사업주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접할 때 탈출기 곳곳에서 말씀하시는 너희도 이방인이었다. 이방인의 심정을 잘 알지 않느냐? 그들이 부르짖으면 나는 들어줄 것이다.” 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가 노동사목에서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국내에서 노동하는 많은 외국인이 제 눈에 보이게 됩니다. 예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모습에 제 시야가 많이 좁다는 것을 느낍니다. 왜 이렇게 사업주들이 나쁘지? 라고 단편적으로 생각을 했으나 저 또한 무관심으로 지금껏 살아온 시간이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단순히 정의감에 불타서 불의함에 감정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절차를 준수하며 내담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이제 이주노동자 없이는 산업과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노동력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맞는 정당한 대우를 이주노동자가 받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많은 의문점과 실태들이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생각조차도 상당수가 이들에 대한 편견적이고 혐오적인 시선이 많이 있습니다. 더 나은 사회가 되어 제가 맡은 자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제 자리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새기며 노동자의 발걸음에 함께하려 합니다.

 

너희가 그들을 억눌러 그들이 나에게 부르짖으면,
나는 그 부르짖음을 들어줄 것이다.” 탈출 22,22

너희는 이방인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으니,
이방인의 심정을 알지 않느냐?” 탈출 23,9

 


 

[ 이주사목이야기 ]

 

< 죄 없는 아이들 >

 

정명자 베로니카 / 김해이주노동사목센터 사무국장

 

 

국내에 유령처럼 존재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해 알고 계실까요?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한 아동, 체류 자격 없이 거주하는 아동에게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은 미등록으로 체류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 자녀 모두 등록으로 입국해서 살다가 체류 기간이 만료되어서 미등록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태어난 것이 죄는 아니지만, 이 아이들은 체류 자격이 없어 언제 쫓겨날지 모르기에 하루하루 불안감에 떨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에 법무부에서 국내 출생 장기 불법체류 아동 구제 대책으로 2022.2.1.부터 2025.3.31.까지 한시적으로 외국인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국내에서 출생하여 15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고 중·고교 재학 중이거나 고교를 졸업한 아동을 대상으로만 하였으나,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대상을 확대하여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영유아기(6세 미만)에 입국한 경우 6년 이상, 영유아기 지나서 입국한 경우 7년 이상 국내에서 체류하고 초··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교를 졸업한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출입국외국인청에 자진 신청 후 실태조사를 받고, 불법체류에 대한 범칙금을 납부하면 아동에게는 D-4비자가 부여되고, 부모에게는 G-1비자(자녀가 고교를 졸업하거나 성인이 될 때까지)가 부여됩니다.

 

최근 우리 센터에도 미등록 베트남 이주노동자인 부부가 방문해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가 위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언어적 소통과 절차상의 어려움으로 파주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했으나 거리가 멀었기에 거주지 근처인 우리 센터를 안내받았고, 최근 저와 출입국외국인청에 함께 방문해 신청을 하고, 실태조사를 받았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은 이러한 제도의 존재 여부를 잘 알지 못합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주 아동 임시 등록 제도가 시행된 20214월부터 지난 8월까지 이 제도를 통해 등록을 마친 이주 아동은 962명이라고 합니다. 법무부가 제도를 시행할 당시 3000여명의 아동이 혜택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등록 아동은 기대치의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등록 요건에 충족되지 못하거나 정보의 빈부격차로 해당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불법체류 범칙금을 납부해야만 체류 등록을 허가하기 때문에 범칙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의 자녀는 미등록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미등록 이주민이 국내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들의 자녀는 공식적인 신분을 갖지 못해 교육, 의료 등의 공적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한 경제적, 정서적 문제가 사회에 만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회학자 미나 시타 기류는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평등을 지켜주는 것이 공적 자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교육청이 관리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약 1600명 정도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미등록 이주 아동은 약 12천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미등록 이주 아동이 차별과 배제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자료 조사가 우선으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법무부의 이주 아동 체류 허가 제도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인권을 위해 한시적이 아닌 계속 운영되어야 하며, 까다롭고 어려운 신청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아동을 시급히 구제해야 합니다.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많은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 센터에서 진행 중인 일도 주님의 선하신 뜻 안에서 복되고 선한 열매가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 아동복지법 제21>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유무, 출생 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

 

< 법무부 국내 출생 장기 미등록 체류 아동 구제 대책>

2022.2.1.부터 2025.3.31.까지 한시적으로 외국인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기존 대상) 국내에서 출생하여 15년 이상 국내 체류하고 국내 중,고교에

재학중이거나 고교를 졸업한 아동

(확대 대상)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영·유아기(6세 미만)에 입국한 경우에는 6년 이상 국내에서 체류하고 국내 초··고교에 재학중이거난 고교를 졸업한 아동

·유아기가 지나서 입국한 경우에는 7년 이상 국내에서 체류하고 국내 초··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교를 졸업한 아동

(학습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에 대하여 학업을 위한 체류자격(D-4)을 부여하고, 고교를 졸업한 경우에도

진학이나 취업 등 진로에 부합하는 체류자격을 부여할 예정

(조치사항)

출입국·외국인청 신청 접수 후 실태조사 등을 거쳐 아동에게 준수 조건

(법질서, 성실한 학업생활유지)을 달고 체류자격 부여

(부모의 법 위반에 대한 범칙금 부과)

원 범침금액의 30프로 부과, 다만, 아동의 체류 허가 신청 관련 실태조사에서 범칙금 납부 능력이 부족하거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 범칙금 가면 적극 시행

부모가 범칙금 납부시 아동이 고교 졸업할 때까지 임시체류자격(G-1) 부여

 

 

[ 노동현장소식 ]

 

<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김 도 아 프란치스카 / 부산본부 사무국장

 

유독 죽음과 맞닿아 있는 듯한 기분이 이어지는 시월이었습니다. 시월의 첫날은 아직 세상이 잠들어있던 새벽 네 시에 장례미사 참석을 위해 일어나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로 한 달 동안 이어진 부고와 장례미사, 산재와 참사로 인해 벌어진 기억해야하는 이전의 죽음들까지 - 1일부터 31일까지 죽음과 기억, 추모와 다짐의 나날들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사건들이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잊혀지기도 무뎌지기도 하지만, 끝없이 나를 응원 하는듯한 기억들과 어쩌면 내 삶의 방향을 바꿔준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한 선명함으로 나와 함께 하기도 합니다. 제게 죽음과 관련된 가장 아픈 기억은 최강서 열사였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자결을 경험한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내가 알던 이름 뒤에 열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너무나 낯설어 두렵기도 했으며, 시간이 지나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건드리면 다시 피가 흐를 듯이, 그저 한 겹 간신히 덮어둔 상처가 되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업무적으로 국내노동문제 관련 연대를 담당하게 되면서 처음 만나게 된 죽음은 정순규(미카엘)님 이었습니다. 상처 가득한 눈을 가진 유가족을 만났고, 산재사고로 인한 죽음이 한 가정이라는 우주를 얼마나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게 되었고,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하기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가신 영혼을 기억함은 물론, 답답하고 억울한 싸움들을 거치며 지치고 상처받은 가족들의 마음에 연대와 위로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028일 월요일 저녁7, 가톨릭센터 경당에서 <2024 부산지역 산재사망노동자 · 사회적참사희생자 추모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오신 정순규님과 김용균님, 이한빛님의 유가족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50명이 넘는 분들이 모여 함께 해 주셨습니다.

 

이날 강론을 맡은 김진호(바오로)신부님은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은 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서, 사회의 구조적인 불의함, 그리고 책임감이 결여된 시스템이 낳은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무거운 현실로 다가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이 땅에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어야 할 우리의 책임을 되새기고자 합니다.”라고 강론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하느님의 자비는 단순히 우리를 위로하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라는 명령으로 다가옵니다. 하느님의 성전에서 수익과 숫자만을 셈하고 있던 장사꾼들의 불의를 주님께서 묵과하지 않으셨던 것처럼, 우리는 불의한 사회구조, 그리고 이를 용인하는 문화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정의 없는 자비는 공허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정의와 연대를 늘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멈추지 말아야 하고, 안전하고 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며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 모두가 연대해야함을 강조하고 하느님께서 연대하고 계시는 우리의 이 여정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꿋꿋이 걸어가면서 우리가 희망하는 정의로운 세상에 함께 다다를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라고 마치며 위로와 희망을 전달했습니다.

 

정순규(미카엘)님의 유가족이신 정석채(비오)님은 발언을 통해 작년 4주기보다 왜 유독 몸과 마음이 힘들까 싶었는데, 엄마가 ‘2019년 달력과 똑같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오늘이 만약 2019년이면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시겠구나 싶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제 목숨이라도 바꾸고 싶습니다. 열 번 얘기했다고 안 슬픈 것 아니고, 수만번 얘기했다고 치유되는 일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아물지 않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싸움의 결과가 여기까지여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어 여러분들이 살고 머무는 곳이 모두 건설입니다. 이 세상에 누군가의 아버지, 가족들이 계속 죽어가는 게 건설입니다. 나의 가족에게도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산재 참사입니다. 오늘도 낙엽처럼 떨어진 산재참사 노동자들을 기억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산재에 대한 관심과 기억, 그리고 연대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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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미사의 끝에 이날 주례를 맡은 이영훈(알렉산델)신부님은 김용균님과 이한빛님의 유가족을 소개하고, 아리셀참사를 비롯하여 막을 수 있었던 죽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함께 이들을 기억하고 나아가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함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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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모미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예년보다 훨씬 더 힘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진 역량의 모자람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외에도 마음의 부담이 너무나 컸고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준비가 미흡하고 초라한 것만 같아 죄송스런 마음에 잠 못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궂은 날씨에 찾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외려 제가 위로를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억과 연대의 힘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올해부터 노동사목과 정의평화위원회는 매년 10월 마지막주 월요일에 <부산지역 산재사망노동자 · 사회적참사희생자 추모미사>를 봉헌하기로 했습니다. 추모미사를 통해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재사망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사회적참사로 희생당한 분들을 추모하고,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지 않는 상처로 고통받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과의 연대를 다짐하고자 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연대하겠습니다. 저희와 함께 마음 모아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고 기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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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시선 ]

평화 참사 없는 안전한 사회야말로 평화입니다..JPG 

평화 참사 없는 안전한 사회야말로 진정한 평화입니다.

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지난달 한 일 ]  

2024 이주노동자 독감백신 접종 (10/20)

지난 20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독감백신 접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공동 숙소나 밀집된 작업환경 등으로 인해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언어의 장벽과 높은 의료 수가 등으로 병원 방문에 대한 부담을 느껴 질병을 키우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질병에 대한 예방과 관리는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노동사목은 메리놀병원과 협약을 통해 지난 11년동안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독감예방접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날에도 이주노동자들의 보다 나은 건강권을 위해 메리놀병원에서 백신과 의료진을 지원해주셨고 여러 봉사자들도 함께해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어갑니다. 마음 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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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양산. 울산 베트남공동체 성지순례 (10/27)

지난 27일 부산, 양산, 울산 세 공동체가 노동사목 베트남 신부님, 수녀님과 대구대교구에 있는 한티 성지순례에 참여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300여 명의 신실한 형제자매들이 열정적으로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순교자들의 무덤을 참배했으며 십자가의 길을 걸은 후 모두가 성당에 모여 감사 미사를 드리고 공동체 신자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형제애를 바탕으로 각 공동체가 준비한 점심을 함께 먹은 뒤 촉촉히 내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산책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먼 길이고, 비가 내렸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굴곡과 어려움 가운데서도 희망을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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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 활동

10/2 () HPS교육준비회의 / 노동해방 마중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회의 / 노동해방 마중

노동사건지원 / 출입국외국인청

10/6 () 양산·웅상 영어공동체 노동법교육 / 양산성당, 웅상성당

10/8 ()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부산운동본부 집행위회의 /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10/9 () HPS 교안준비회의 / 노동해방 마중

10/10() 의료지원 / 센텀병원

10/12() 주일학교 청소년노동인권교육 / 구포성당

10/13() 부산 엉어공동체 노동법 교육 / 사상성당

10/14() 1017 빈곤철폐의날 기자회견 / 부산광역시청

HPS발전정전 운영회의 / 부산인권교육센터

10/15()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10/17() 울산 성베네딕토이주센터 축복식 / 성베네딕토이주센터

1017 빈곤철폐의날 결의대회 / 서면일대

의료지원 / 센텀병원

10/20() 독감예방접종 / 사상성당

10/21() HPS 교안준비회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0/22()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HPS발전정전 3차워크숍 / 부산인권교육센터

심리치유모임 / 노동사목센터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회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0/24() 참여연대33주년 후원의밤 / 화목뷔페

10/27() 부산·양산·울산 베트남공동체 성지순례 / 천주교대구대교구한티순교성지

울산 영어공동체 노동법교육 / 복산성당

10/28() 이태원참사 2주기 기자회견 / 부산광역시의회 브리핑룸

부산지역 산재사망노동자 · 사회적참사희생자 추모미사 / 가톨릭센터 경당

10/29() 국내이주사목실무자피정(~31) / 꽃동네사랑의영성원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회의 / 노동해방 마중

10/30() 중대재해예방을 위한 부산시 ‘2차 노동기본계획 마련촉구 기자회견

/ 부산광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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