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43호 2024. 12. 1 
글쓴이 강병규 신부 

늘 깨어 기도하고 하느님의 선하심을 실천합시다.

 
강병규 신부
교정사목 담당

 
   언젠가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보호자께서, 환자가 인생의 여명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면서 병자성사를 청해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보호자는 환자가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당부의 말을 곁들였습니다. 과연 죽음을 어떻게 잘 준비시킬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기도하다가, 그 환자에게 가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그 순간까지 희망은 남아 있으니, 삶에 대한 희망을 절대 내려놓지 마세요.” 그리고 손을 잡고서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러자 환우분의 어두웠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음을 준비시키려 사제인 저를 이곳에 보낸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주라고 보낸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공포와 근심과 고통에서 벗어나 기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은행에 적금을 들 듯이,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 고통을 참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부터 기쁨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내가 다 아파할 테니, 너희는 내 사랑 안에서 항상 기뻐하여라.’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굳이 세상에 오신 이유가 아닐지 하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서 세상의 끝날 날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현실에서 마주치는 힘없고 소외된 이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다면, 그때 교회에는 위기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아직 살만한 것이 아닐지 하고 생각합니다. 감옥 갇힌 죄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이 있고, 굶주린 행려자들을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고, 돈이 없어 걱정하는 아픈 이들을 위해 무료로 진료해 주는 이들이 있고, 배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재능을 봉사하는 선생님들이 교회에는 많이들 계시니까요. 
 
   하느님을 사랑하되 올바르게 사랑해야 합니다. 죽음 뒤의 영광만을 쫓는 신앙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주머니에서 꺼내 쓰는 그런 가짜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의 상처에 아파하시고 우리의 삶에 역사하시는 살아계신 참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도 다른 이의 아픔에 함께하고 위로하며, 고통과 번뇌 속에서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보다 못해 보이는 이는 업신여기고, 가난한 이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가는 그런 교회가 아니라, 아프지만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있어야 할 곳에 있고 나누어야 할 것은 나눌 줄 아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희망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도, 그날에도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고 하느님의 선하심을 실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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