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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00:45

[강론] 연중 제33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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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일(나해) 강론 – 아름다운 일몰
 

주임신부    2024. 11. 17, 덕계성당


 

우리나라는 최근 ‘단풍’이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었습니다. 이 ‘단풍(丹楓)’이라는 단어는 우리말이나 중국어로서는 하나의 단어인데, 신기하게도 외래어에서는 이 단어가 없습니다. 영어사전을 보면, 이 단풍이라는 단어를 ‘가을 색깔들’ 또는 ‘나뭇잎이 떨어짐’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표현이 우리가 생각하는 ‘단풍’을 모두 표현한다고 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표현할 수 있는 ‘단풍’이라는 이 단어가 있어서 우리말의 풍요로움을 새삼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아름다움을 절정으로 드러내는 이 단풍은 이즈음에 와서는 잎들이 떨어지며 바닥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의 우리는 ‘낙엽이 뒹구는 시기’를 맞이하는 중입니다. 그렇게나 불타오를 듯 아름다웠던 단풍잎은 하나둘씩 떨어지고, 이제는 바닥에 뒹굴며 그 색깔조차 조금씩 잃어가는 나뭇잎들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떨어진 이 잎들은 우리에게 ‘자신을 내려놓는 삶’을 가르쳐 주고 있음을 우리가 묵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말씀, 즉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마르 13,28)는 이 말씀을 요즈음 시기에 맞추어 달리 해석해 본다면, ‘어느덧 가지에서 잎이 떨어지면 겨울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되니, 이 비유를 깨달아라.’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과 계절의 흐름이 주는 징표 앞에서, 우리 교회는 이 11월 한 달을 ‘위령 성월’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영혼들을 기억하는 이 한 달입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 자신의 죽음을 묵상하는 이 한 달이 되길 교회는 바라고 있습니다. 아름다웠던 잎이 붉게 물들고, 그 잎이 낙엽이 되어 뒹구는 모습은 분명 우리 각자가 맞이할 ‘죽음’을 묵상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가톨릭 성가」 27번에서도, “이 세상의 모든 것 덧없이 지나네. 꽃들 피어 시들고 사람은 무덤에”라는 가사가 보이기도 하지요.

    죽음과 관련하여, 오늘 복음에서도 보이듯,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니’(마르 13,32 참조), 나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우리 신앙인으로서의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우리들을 생각하며, 하나의 좋은 표현을 남기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일몰’이라는 표현이 그것입니다. 우리 삶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운 일몰’처럼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삶을 출발해 가는 어린이들을 보며 ‘아름답다.’라 하지 않고 ‘예쁘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렇습니다. 삶의 시작 모습은 참 예쁩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 안에서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는 땀 흘리고 노력하며 점점 손이 거칠어지고 얼굴도 주름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갑니다. 변화해 가는 이 모습은 ‘예쁘다.’기 보다는 ‘아름답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일몰의 모습을 보고서 ‘예쁘다.’라 하지 않고 ‘아름답다.’라고 표현합니다. 해가 지기 직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주변이 붉게 물듭니다. 붉은 단풍보다도 더 붉게 물듭니다. 그리고 드디어 해는 지면서 자신의 사명을 장엄하게, 참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합니다. 


 

지금은 살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이 11월 ‘위령 성월’이 우리 각자의 ‘죽음’을 묵상하는 은혜로운 한 달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결정적 순간들과 특히 우리 삶의 마무리 모습이 ‘아름다운 일몰’ 같았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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