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40호 2024. 11. 10 
글쓴이 사회사목국 
듣는 마음을 가진 예쁜 청년입니다


 
사회사목국(051-516-0815)
 
   듣기를 잘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지만, 듣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새 인공와우가 필요하긴 한데요….” 미안한 마음에 말끝을 흐리는 바오로 씨(36세, 가명). 그의 말은 귀를 기울여도 잘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네 살부터 2급 청각장애를 앓아 말하기도, 듣기도 어려워서입니다. 음성 문자 변환 기기를 사용하고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며 대화를 시도하지만, 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고등학생 때 시술한 인공와우는 세월이 흘러 제 기능을 못 합니다. 교체해야 하지만 천만 원가량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습니다.
 
   바오로 씨는 장애 때문에 도움받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습니다. 원망과 자기 연민에 빠지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사촌 형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했어요. 바리스타 지망생들에게 재능 기부도 해왔고요.” 바리스타를 비롯한 여러 국가 자격시험에 도전해 꾸준히 자격증을 취득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온 바오로 씨. 하지만 이젠 일할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미세변화 신증후군이라는 난치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에는 이 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없어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치료비, 차비만 해도 꽤 큰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가정에는 이미 1억 5천만 원 정도의 부채가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 인공와우 시술을 하면서 빚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불편한 채로 살았는데 고등학생이 되니까 학교생활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의 어머니는 홀로 2남 2녀를 길러 왔습니다. 누나들은 출가했고 남동생도 금전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정수기 영업을 했지만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고, 코로나 여파로 사정은 점점 나빠졌습니다. 빚은 바오로 씨의 치료비와 생활비로 순식간에 불어났습니다. 치아를 비롯해 아픈 곳이 많은 어머니는 건강보험료도 납부하기 어려워 병원에 가지 못한지도 오래되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던 바오로 씨도 미세 변화 신증후군을 앓게 되면서 웃음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얻은 장애에 난치병까지 더해지자, 마음이 무너졌던 것입니다. 이에 성당에 발길을 끊은 적도 있지만, 본당 형제자매님들의 관심과 만남 덕에 현재는 미사에 참여하고 청년회와 교류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며 지냅니다. 
 
   잘 듣지 못하지만 다른 이의 바람을 듣는 마음을 가진, 받은 만큼 베풀 줄 아는 예쁜 청년 바오로 씨에게 마음만큼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선물해 주시길 청해 봅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신협 131-016-582122 
부산 101-2017-0218-01
(예금주 : 천주교부산교구)
11월 삽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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