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40호 2024. 11. 10 
글쓴이 이세형 신부 


“잘 사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이세형 신부
율하성당 주임

 
   예수님은 외형에 치우친 율법학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십니다. 인사받기를, 윗자리를 즐기고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하는 그들은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거만한 마음처럼 보기 흉한 것도 없습니다. 거만한 마음을 가지면 사람은 겸손함을 잃어버려 자기 자신을 고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중심에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 빠져 들어 잘못을 저지르기 쉽습니다. 거만한 마음이 죄는 아니지만 어리석은 것입니다. 또한 자기혐오도 거만한 마음가짐의 하나로 봅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자기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턱이 없는데도 짐짓 자기가 그들 사이에서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지나친 자기혐오가 생겨나게 됩니다. 자기 스스로 자만으로 가득 찬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이 머무를 장소가 없습니다.
 
   자랑스러움과 거만한 마음가짐은 분명히 구별해야 합니다. 자랑스러움은 건전한 것이지만 거만한 마음가짐은 병이며, 더할 수 없는 어리석음입니다. 탈무드는 ‘현인이라 하더라도 지식을 함부로 떠벌이는 자는 무지를 부끄러워하는 어리석은 자보다도 못하다.’고 겸허할 것을 엄하게 타이르고 있습니다. 자기도취의 위험에 대해서는 ‘돈은 자기도취의 지름길, 자기도취는 죄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경계하고 있습니다.(『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자(富者)”를, 곧 “잘 사는 것”이라고 혼동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하며 걱정하지 마라.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1-33 참조)를 믿습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회개를 한 베드로 사도를 모범으로 삼아야 합니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그렇습니다. 지금도 많은 성직자들이, 수도자들이, 신자들이 가난한 과부의 봉헌처럼 예수님의 이름으로 복음을 선포합니다. 모든 믿는 이들에게 주님의 능력이 함께 하시길 축복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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