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진효주 로즈마리
민락성당 · 부산가톨릭고등학생연합회 제62대 부회장
모두들 따뜻하게 꽁꽁 싸매고 다니길 바라는 요즘입니다. 온몸을 내리쬐던 여름 기운은 꿈이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쌀쌀한 바람만이 남은 걸 보니 딱 감기 걸리기 좋을 것 같거든요. 2024라는 숫자가 어색했는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는지 유독 올해는 날짜를 표기할 때 정말 실수를 많이 했는데, 벌써 2025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온몸으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생각하다 보면 머리에 제대로 박힌 것처럼 떠오르는 기억이 한 해에 하나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작년을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에 올라온 후 처음 받은 성적표가 가장 충격적인 기억인 것 같은데요. 올해는 과연 무엇이 떠오르려나 하니, 역시 부산가톨릭고등학생연합회 친구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처음 유니트를 하게 되었을 때는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맞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믿음보다는 의무감으로 성당을 다녔던 것 같아요. 하지만 2024년 겨울 LT(Leadership Training)가 저에게 신앙생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해주었습니다. 나와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이 모여서 하느님을 찾는 모습, 또 하느님에 대한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모습을 보며 내가 결국 이 자리까지 온 것도 다 하느님의 뜻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겨울 LT를 끝내고 난 후, 내가 여기서 느꼈던 감정들과 깨달았던 것들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카운씰 회장단 선거에 나갔고, 부회장을 맡아 지금의 62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62대와 함께 하는 활동들은 모두 저로 하여금 겨울에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봉사자로서 참가자들에게 신앙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준다는 것이 큰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함은 다음 활동을 더 기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추진력이 되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러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들과 함께 한 모든 것들은 아직 함께 할 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치 있고 빛나 보이며 벌써부터 불특정한 한 시점을 추억하도록 만듭니다. 저에게 이런 소중한 기억을 남겨준 22명의 친구들과 부산가톨릭고등학생연합회의 모든 학생들이 서로와 함께 한 시간들을 예쁘게 추억하고, 더 예쁜 시간들을 만들어 나가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늘 기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다시없을 값진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