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일(나해) 강론 – 배경이 되는 기쁨
주임신부 2024. 10. 27, 덕계성당
‘안도현’이라는 이름의 시인이 쓴 시, 제목은 ‘배경이 되는 기쁨’을 소개해 드립니다. - <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는 일이다.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어 떼처럼. >
어떤 분이 이 시를 읽으며 느낀 바를 다음과 같이 남기기도 했습니다. - 한 사람의 밝음을 위해 어두움을 마다하지 않고, 그의 돋보임을 위해 자신의 무딤을 자처하며, 함께 하기 위해 배경이 되기를 선택한 것보다 더한 기쁨과 행복이 또 있겠는가? 당신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저는 오늘 강론의 주제를 ‘배경이 되는 기쁨’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우리 본당은 이 10월 한 달을 ‘본당의 달’로 보내며 기도를 비롯하여 여러 행사를 가졌습니다. 다양한 모임들 안에서, 저는 ‘배경이 되는 기쁨’의 자세로써 임해 주신 수많은 봉사자분들을 접할 수 있었음은 큰 은혜와 감사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표현대로, 그 봉사자분들은 ‘까만 하늘처럼, 무딘 땅처럼’ 머무시며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공동체의 이번 다양한 행사들은 ‘별이 빛나듯, 꽃이 더욱 돋보이듯’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저로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마음으로 자주 외쳤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눈먼 사람이 예수님 덕분에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복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덕분도 도움이 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눈이 멀어있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하지요. -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마르 10,49) 이런 말을 남겨 준 사람들은 그 눈먼 이가 눈을 뜰 수 있도록 하나의 ‘배경’이 되어준 자들로서, 그들의 말을 듣고 눈먼 이는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로 나아갔고 결국 눈을 뜰 수 있게 되지요. 눈을 뜨는 모습을 보게 된 주변의 사람들도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미사의 입당송에 나오는 말씀, 즉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라는 표현과, 화답송의 후렴구인 “주님이 큰일을 하셨기에 우리는 기뻐하였네.”라는 표현이 마음에 더 다가옵니다.
사랑하는 우리 본당 교형자매 여러분,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어 떼처럼’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 주시기에 우리 본당 공동체가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서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이 10월 한 달, 본당의 달의 마지막 주일을 맞으며, 저는 ‘우리가 배경이 되는 자로서 살아가 봅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또한 ‘우리가 배경이 됨으로써 기쁨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배경이 되는 기쁨’이 기억되고 우리 각자의 것 되길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