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타이빈교구 주교님 방문(9/8)
[ 머릿글 ]
< “여러분이 한데 모여서 먹는 것은 주님의 만찬이 아닙니다. 그것을 먹을 때, 저마다 먼저 자기 것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 때문에 어떤 이는 배가 고프고 어떤 이는 술에 취합니다. 여러분은 먹고 마실 집이 없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하느님의 교회를 업신여기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입니까?.”(신명기 25,13~16) >
조 광 우 (엘리야) 신부 / 부산본부 부본부장
신약 성경에서 직접적으로 성찬례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이 네 군데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코린토 1서의 대목은 그 보도의 배경에서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이 편지에서 바오로 사도는 성찬례의 신비를 앞에 두고 코린토 공동체가 벌인 행태에 대해 꾸짖기 위해 다시금 주님의 만찬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꾸짖는 것은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세속적 격차가 성찬례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애찬(아가페) 자리에서도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신비를 마주하면서도 세속에서처럼 상대적 우위로 즐거움을 추구하던 행태를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은 주님의 몸과 피에 대해 죄를 짓는 행위라고 꾸짖고 있습니다.
이천 년 전에 저 멀리 코린토의 공동체에 주어진 꾸짖음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 가르침입니다. 현대 한국은 과거보다 더 심각하리만치 상대적 우위를 즐기는 문화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한 이들이 더 많은 보상을 누리며 일한 만큼 누구나 잘 살 수 있는 이념이라고 주장하던 자본주의는 어느덧 축적된 자본을 기준으로 형성된 새로운 신분제도의 이념이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지요. 금수저와 흙수저가 나뉘고, 노동하며 실물을 생산하는 이들이 돈을 굴리는 이들에게 천대를 받으며, 아직 어린 아이들조차 부모들의 재력을 기준으로 갈라져 상대적으로 가난한 집 아이들을 손가락질 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천박한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눈으로 목도하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아 상대적 우위에서 즐거움을 찾는 시대적 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참으로 자신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보다 겉보기에 그럴싸하고 남들에게 있어 보이는 것들에 에너지를 쏟게 만듭니다. 경쟁이 성장 동력이 된다며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적 열광에 빠져 오래도록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는 비교 평가 속으로 밀어 넣어 왔습니다. 하지만 상대적 우위에 서지 못하면 행복감과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이 시대 문화는 대다수의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악의 속삭임입니다. 교회 공동체라고 해서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러한 악의 속삭임은 과거 코린토 공동체가 그러했듯이, 현대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도사리며 약하고 가난한 형제 자매들을 소외시키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조건과 상관없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들입니다. 그 동등한 거룩함을 기반으로 서로를 향한 존중과 사랑의 문화가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상대적 평가 과정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어진 고귀한 존재라고 가르치는 복음의 가르침이 우리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노동사목 이야기 ]
< 혐오로 감춰진 냄새 >
전 주 현 율리안나 / 부산본부 노무실장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새벽이 찾아왔습니다. 더위가 지속되었던 여름날을 잠시 떠올려 봅니다. 음식물 쓰레기의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어 집 안에 냄새가 진동하였고, 이틀에 한 번 밤중에 음식물과 재활용 쓰레기 등을 버리러 나갔습니다. 분리수거장에 도착하여 음식물 수거함을 열 때면 습관적으로 숨을 참게 됩니다. 한여름엔 수거함의 뚜껑을 여는 순간 파리와 날벌레가 날아와 얼른 쓰레기를 붓고, 들고 온 통 안에 들러붙은 찌꺼기를 탈탈 털어 낸 후 뚜껑을 닫고 나서야 숨을 쉽니다. 코로나 이후 외식 대신 배달을 시키는 주민이 많아 각종 일회용 배달용기와 재활용쓰레기도 늘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렇게 저희가 먹고, 사용하여 버리는 많은 양의 쓰레기는 어디로 가며 어떻게 처리될까요. ‘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희를 대신해 숨죽여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여태껏 잘 모르고 있었음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지난 5월 전주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 찌꺼기, 재활용 쓰레기 등 폐기물(1일 기준 300t)을 처리하는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메탄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당시 지하 1층에서 배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죽고 4명이 다쳤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 중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창문이 없는 지하시설 내에 가스가 가득 차 있었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폭발로 이어졌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리싸이클링타운 노동자들은 이미 2019년부터 노사협의회에 지하 시설의 악취와 유해가스 방지 대책을 수도 없이 요구해 왔지만 안전을 위해 설치되어 있던 가스 누출 경보기는 위치가 부적절하여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노동은 왜 창문과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하’에서 이뤄져야 했을까요. 저는 시민들의 이기심이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지하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최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땅속에 폐기물 처리 시설을 넣어 시민들 눈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지역 주민들이 아파트값의 하락을 걱정하고, 수질이나 공기등의 오염으로 건강상의 피해를 염려하여 폐기물 처리 시설이 자기 집 근처에 형성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세워진 지하 처리 사업장은 사람이 오가는 도로에서 차로 10분은 들어가야 하는, 주거, 상업지역과 동떨어진 깊숙한 지하에 위치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진 노동은 더욱 위험해져만 갑니다.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과정 중 날카로운 못이나 유리, 피 묻은 주사기에 찔리고, 빠른 작업 속도에 맞추기 위해 쓰레기를 던지는 과정에서 골절사고를 빈번하게 경험합니다. 음식물 처리 작업장은 시설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냉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기의 흐름이 전혀 없는 지하시설에서 현장 노동자는 열경련, 열탈진 등의 한여름엔 고온으로 쓰러지기도 합니다. 음식물류 부패로 악취가 발생하지만 주민들의 민원으로 환기시설을 작동하지 못하며, 심지어 구청에서는 악취가 배출될 수 있는 건물 입구조차 열지 못하게 합니다. 한국 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 저장조 내 기계이상으로 점검을 하던 도중 축적된 유해가스 및 산소결핍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2007년 에 있었고, 비슷한 산재사고는 지금까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고자 외치는 목소리는 땅 위에까지 닿지 않습니다. 전주 리싸이클링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 보고자 자신들을 고용한 에코비트워터에 위험성평가와 작업환경측정을 요청했습니다.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는 관심이 없는 민간업체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출자한 4개 회사 중 운영지분율이 10%로 가장 적기에 결정권이 없다며 이들의 요구를 모른 척 합니다. 올해 1월 1일 느닷없이 운영사가 성우건설로 바뀌었고, 해당업체는 고용승계를 거부합니다. 현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남은 노동자들이 온갖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 걱정하였고, 예견대로 노동자들이 해고된 이후 4개월 뒤에 리싸이클링타운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합니다. 폭발 사고의 책임은 52.5%로 가장 높은 지분을 가진 태영건설과 전주시이지만, 운영업체인 성우건설에 책임을 전가하기 바쁩니다.
시민들이 보기 싫어하는 광경과 악취는 그들의 요구에 따라 순순히 감춰집니다. 혐오로 감춰진 노동은 아무도 모르게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중증의 병을 얻어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의 품을 떠나는 이들, 한창 꽃피울 나이에 폭발 사고로 온몸에 흉터가 남은 20대 청년의 아픔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 왜 더럽고 힘든 일은 외면 받고, 시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나요. 이들의 아픔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 시민의 이기심, 무관심이 이들의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루라도 쓰레기가 수거되고, 처리되지 않으면 지저분하다, 냄새가 난다며 불편함을 호소하기 이전에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어떤지 함께 알고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폐기물 처리 노동자가 고약한 악취가 진동하는, 한여름 날 온도계의 바늘이 50도를 가리키는 사업장에서 벗어나 햇빛 한 점을 보며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이주사목이야기 ]
< 나는 그를 ‘친구’라고 부른다 >
박 영 미 요안나 / 울산대리구 사회사목 사무장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시간의 흐름 앞에 자리를 내주고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또 다가올 겨울 추위를 걱정합니다. 제가 울산대리구 사회사목센터에서 이주민들의 병원 진료 지원 업무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째로 접어듭니다. 지난 2년 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저의 생활에서 참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주민들의 병원지원 업무라는 것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선이 그어진 부분이 아니었기에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업무의 범위는 매우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이 모두 기쁘고 즐거운 상황들만은 아니었기에 때로는 속상한 마음에 엉엉
울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우리나라에 이주해서 살아가는
친구들의 친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병원 동행 길에 만난 한 친구가 저에게 ‘사모님’이라고 부르기에, 사모님 아니고 ‘친구’라고
했더니 막 웃었습니다. 친구로 여기기에 내가 나이가 많다 싶으면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더 크게 웃었습니다. 결국 저는 ‘울산대리구 사회사목센터 선생님’으로 그 친구의 기억 속에 남겠지만, 제게 그들은 가장 낮은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이십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 한가운데에서 만난 바오로씨도 제가 만난 환자들 중 한 명입니다. 처음 연락이 왔을 당시에는 인근 도시 경주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인데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 진료가 급하다고 도움요청이 왔습니다. 울산대리구가 5년째 펼치고 있는 이주민 의료지원 사업인 ‘빛·소금 의료지원운동’은 해를 거듭하면서 많은 이주민들의 병원 진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원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재정적인 측면에서 타 지역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자들을 무한정 지원할 수가 없어서 내부에서 정한 규정은 울산시 거주 이주민들의 우선 지원입니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응급입원이 이루어졌고 거주지 확인 과정에서 바오로씨는 예전에 부산에 거주하면서 공동체 활동했던 부분이 확인되어, 부산 노동 사목 센터의 지원금과 바오로씨의 현재 거주지 대구대교구 4대리구(경주-포항) 이주민센터의 연대로 입원 치료비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주 사목 실무자 연수를 통해서 각 지역 업무 담당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며 연락처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제가 하는 일이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고 위로와 힘을 얻기도 합니다. 이번 바오로씨의 경우도 그런 의미에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여 응급상황에 처한 한 사람을 살리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퇴원 후 이어지는 통원 치료는 저희 센터에서 지원하고 동행하고 있는데, 경주에서 울산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병원까지 택시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료 후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안내해 주고 버스표 구입 방법과 탑승 장소를 알려 주었더니, 이제는 혼자서도 곧 잘 타고 다닙니다. 하루는 통역 도움을 주는 자매님을 통해서 바오로씨가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한 달에 한 번 있는 무거성당 베트남어 미사에 다녀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건강음료와 오징어를 전해주고 갔다며 자매님이 보내준 사진을 보는 순간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에 무거운 상자를 들고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면서, 숨가쁘게 다녀갔을 바오로씨를 생각하니 코끝이 찡했습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심부전 진단을 받고, 숨도 겨우 쉬는 몸으로 병원 진료를 다니면서도 언제나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고, “선생님은 식사하셨어요?”하고 저의 끼니 걱정을 해 주는 그와 지난 달에도 예약 날짜에 만나 진료를 마치고 터미널까지 배웅해 주고 돌아오는 길에 받은 문자 메시지는 지쳐있던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습니다.
“저를 열렬히 도와주시는 빛과 소금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어떻게 보답해야 할 지 모르겠고
하느님과 마리아 어머니께 가족과 센터에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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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에도 어려움에 처해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많은 바오로씨들과
그들의 손을 기꺼이 잡고 함께 걸어가려고 노력하시는 이주 사목 현장의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들에게 바오로씨와 같은 마음으로 감사드리며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의 걸음에 평화를 빕니다. 아멘.
[ 노동현장소식 ]
< 907 기후정의행진 >
김 도 아 프란치스카 / 부산본부 사무국장
지난 9월 7일, 서울(강남일대)과 부산(광복로)에서는 <907 기후정의행진>이 열렸습니다.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 아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는 이번 기후정의행진에서는 기후와 환경의 문제가 인간과 자본의 이기심에서 시작되었음을 지적하고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인식과 행동이 변화해야한다고 호소했습니다.
11개 요구안으로는 △불평등이 기후재난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권·노동권·기본권 보장 △차별철폐, 돌봄증진, 공공의료 및 공공교통 확충 △핵발전소 수면연장 및 신규건설 중단과 에너지정의 실현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마련 △재생에너지 민영화 중단 및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롭게 전환 △기후정의, 사회정의에 기반한 산업구조 실현 △이윤을 위한 생태파괴- 신공항건설, 국립공원 개발, 4대강보사업 철회 △농업재해대책과 생태농업전환계획 수립, 먹거리기본권 및 농민생존권 보장 △비인간동물을 상품화하는 공장식축산의 정의로운 전환 △무기수출, 전쟁지원 중단, 군비 축소·반전 평화 시편 △온실가스 감축목표강화, 국제적 책임 완수를 제시했습니다.
전국에서 서울과 부산에 모인 많은 시민들은 기후정의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기후정의운동이 단순히 온실가스의 감축을 외치는 운동이 아니라 삶의 제반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운동이며,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전환을 만드는 운동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윤보다 공공성의 원칙을 강화하는 운동, 비인간동물과 생태계에 대한 착취와 파괴를 끊어내는 운동, 위험한 핵발전의 폭주를 멈추고자 하고,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운동으로써의 기후정의운동을 재확인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저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부산 광복로에서 진행한 부산지역 기후정의행진에 참석했습니다.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정수리에 꽂히는 뜨거움과 광복로의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에어컨의 냉기를 함께 느끼며 기후정의를 외치는 특별하고도 기이한 경험이었습니다. 눈부신 햇살이 가득한 한낮의 광복로에서 지구와 환경과 동물복지를 외치는 어린이들의 발언은, 인간과 어른의 이기심으로 인한 고통을 떠넘기는것에 대한 죄책감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책임감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코앞에 직면한 기후와 환경의 문제는 미룰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임을 재확인하는 이번 ‘907기후정의행진’이었습니다. 서울에 참석한 부산지역 활동가 메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기후문제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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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메밀이라고 합니다. 날씨 아래에 사는 모든 이들이 기후정의라는 이름으로 다함께 뜻을 모으는 이날, 자본주의 계급투쟁을 외치는 여러분과 함께여서 더욱 반갑고,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쿠팡의 온도감시단 활동을 함께하며 자본주의가 만드는 삶의 감각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로켓배송은 로켓이 하지 않는데, 소비자는 로켓처럼 배송되는 물류 속 노동에 대한 감각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걸요. 물류창고는 상품이 냉동되어야 하면 여름날 한낮에 퇴근을 하고도 한동안 방한복을 껴입은채로 퇴근길을 걷게 만들고, 냉동냉장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쌓여있는 창고는 노동자가 한 번에 대량으로 사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는 걸요. 초단시간 일자리, 일용직 일자리를 포함한 기간제 노동자로 70% 가까이를 채워 매일 새로운 인력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물류창고에서 작업중지권과 그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에라도 맞춘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일의 무게감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라는걸요.
정부와 기업은 탈석탄의 껍데기를 씌운 에너지민영화와 자신들이 아무 상관도 없는 듯 짧게는 1,2년짜리 모래시계를 세운 다음 곧 큰 일이 나기 전에 알아서들 어떻게든 해보라고 하고 있습니다. 1.5도씨가 넘기 전에 일회용품 사용을 좀 줄이라고 꾸짖고,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냐고 요금을 올리겠다 합니다.
자본은 우리의 일터를 빼앗아 일터가 있는 삶의 조건으로부터 통제를 시작합니다. 생존과 직면되는 고용을 쥐고 흔듭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지만, 저는 이 시간동안 우리가 만들어낼 단결과 연대투쟁을 간절히 기대합니다. 330충남노동자행진이 그 시작이었고, 528 발전HPS지부 정의로운 전환 파업이 그 위대한 서막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절대 뺏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빼앗기지 않은 그 자리에서 멈추지도 않을 것입니다. 재생에너지산업의 공공성을 되찾고, 일터의 적정온도와 휴게시간을 되찾고, 삶의 정주성을 되찾고, 일터에서 우리의 주권을 되찾고, 그리하여 우리의 날씨를, 건강을, 삶을 되찾을 것입니다. 안전하지 않은 작업을 멈춰내 거부하고, 이윤을 위한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이상기후를 가장 손쉽게 재난으로 만드는 하청의 중층구조를 재편해나갑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계급투쟁으로 자본주의가 빼앗아간 우리의 삶을 되찾읍시다!
(중략)
2년 전, 부산에서 친구들과 924 기후버스를 타고 기후정의행진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려봅니다. 그날 제가 폐박스에 크레파스로 적어갔던 문장은, "인류는 결코 사이좋게 종말을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기후 정의!" 였습니다. 기후위기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구조에서 심화되어왔고, 지금도 늘 새롭게 부당함을 낳고 있고, 그 불의의 끝은 전쟁으로 인한 더 이른 멸망이 아닐까 비관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구호를 외치고 음악에 춤추며 세종대로를 걷고 있다가 문득 세 걸음쯤 앞에서 걷던 분의 피켓을 보았습니다. 거기엔 "절망하느니 미친 희망이라도 품겠다"고 적혀있었어요.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일기를 다시 보니 이렇게 쓰여있더라고요. “나는 여전히 희망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절망보다는 희망을 가지고 품는 이 사람들이 있어서, 희망이 있는 거겠지. 오늘 모인 사람들이 내게는 서시였다.”라고요.
절대 포기하지 말고, 절대 절망하지 맙시다. 자본에 맞서는 더 큰 단결로 정의로운 전환을 끊임없이 만들어나갑시다. 그 과정을 통해 기후정의를 실현해나갑시다. 투쟁!
[ 노동사목소식 ]
< 베트남 타이빈교구 교구장주교님 방문 >
편 집 부
베트남에는 3개 관구(하노이관구, 후에관구, 사이공관구)와 24개 일반교구가 있습니다. 그 중 하노이관구에 소속된 타이빈교구와 부산교구의 인연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이빈교구 출신으로 서울대교구에서 7년 동안 수학해 2018년 사제품을 받은 트란 쿡 퐁(요셉) 신부님은,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부산 베트남공동체를 위해 주일 베트남어미사 집전을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요셉신부님은 2022년부터 노동사목의 베트남공동체 전담사제로 저희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지난 9월 4일에서 10일까지, 일주일동안 베트남 타이빈교구 교구장이신 당 반 까우(도미니크) 주교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먼저 부산교구 요셉주교님과 비오주교님을 예방해 이야기를 나누셨고, 노동사목센터를 방문해 노동사목과 부산베트남공동체의 활동에 대해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7일에는 양산에서, 8일에는 부산 사상성당에서 미사 집전을 하셨는데, 특히 8일에는 베트남공동체 친구들을 위한 견진성사가 있어 기쁨이 배가 되었습니다.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의 견진성사임과 동시에, 베트남공동체 설립 이후 최초로 베트남 주교님이 성사 집전을 하시게 되어 47명의 견진자들은 물론 미사에 참석한 모든 공동체 친구들에게 의미 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미니크주교님께서는 일주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가지 일정들을 소화하며,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베트남 신자들에 대한 걱정과 애정을 표현하셨고 노동사목의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활동과 베트남공동체에 대한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셨습니다.
주교님의 이번 방문을 통해 신자들은 이민자들에 대한 베트남교회의 관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땅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이들은 커다란 위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앙인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견진성사를 본국의 주교님을 모시고 거행할 수 있음에 공동체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공동체 친구들 모두가 교회공동체 내에서 보다 성숙한 신앙인으로써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 일과 시선 ]
<평화> 낡고 오래된 핵발전소를 폐기하는 것은 안전과 평화로 가는 길입니다.
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지난달 한 일 ]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추석맞이 쌀나눔 (9/16)
한국옵테칼하이테크지회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위한 싸움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고공농성에 돌입한 두 명의 여성노동자는 겨울의 추위를 지나, 올 여름 유독 심했던 폭염을 얼린 생수병을 안고 버텨냈습니다. 설과 추석 두 번의 명절을 고공에서 맞는 노동자들의 힘듦과 고뇌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추석을 맞아 구미의 농성장을 찾아가 쌀과 함께 응원의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 이 외 활동
9/3(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907 기후정의행진 참가 선포 기자회견 / 부산시청
9/4(수) 타이빈교구 주교님 방문 / 센터
9/5(목) HPS 발전정전 1차워크숍 / 부산인권교육센터
9/7(토) 907 부산기후정의행진 / 광복로
9/10(화)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주교회의노동소위 / 천주교주교회의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9/12(목) 문중원열사 2심 결심 / 부산고등법원
9/16~17(월~화) 부산베트남공동체 소풍/ 거제도
9/19(목)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9/20(금) 의료지원 / 센텀병원
9/24(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HPS 교육프로그램 팀회의 / 노동해방 마중
9/25(수) 사무국회의 / 센터
9/26(목) 바자울미사 / 센터
9/30(월) HPS 발전정전 2차워크숍 / 부산인권교육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