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의 삶의 여정

가톨릭부산 2024.10.16 11:43 조회 수 : 6

호수 2837호 2024. 10. 20 
글쓴이 전재완 신부 

주님과의 삶의 여정


 
전재완 신부
언양성야고보성당 주임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는 점점 아기가 되어간다. 이제 백 세를 넘어서 두 살이 넘었다. 옆에서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다. 방실 웃을 때는 아기와 같다. 시골에 내려갔을 때 어느 날 어머니께서 아침 식사를 하시면서 어젯밤에 도둑이 들어와 자신이 끼고 있는 반지 세 개를 홀딱 빼갔다는 것이다. 정말 어이없어하신다. 살다 살다 보니 무슨 이런 해괴한 일이 있느냐며 어처구니없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웃었다. 사실 그 도둑은 어머니를 지금껏 극진히 돌보고 있는 나의 여동생이다. 어머니를 씻겨도 몸에서 이상한 듯한 냄새가 나는데 가만히 보니 반지 속에 끼여 있는 이물질의 냄새였다. 반지 없어도 믿음 안에서 건강하고 해맑게 웃고 사시는 어머니의 모습 그 아름다움이 오래가기를 기도한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엇에 홀려서 사는 것도 아닌데, 늘 무엇인가를 채워야만 행복할 것 같은 마음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통된 분모가 아닌가 싶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고 말씀하신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이 말씀에는 주님안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평화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리라는 주님의 굳은 약속이다.
 
   간혹 신자분 중에는 신앙생활을 그만하고 싶다는 분도 있고 이참에 떠나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 신앙생활을 그만하겠다는 말이나 떠나겠다고 말하는 것은 하느님의 통치를 이참에 벗어나겠다는 말이기도 하고, 달리 표현하자면 신앙생활이 자신의 삶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면 삶이 너무나 빡빡하다고 말을 하지만, 하느님을 따르는 것보다 현실적 필요를 더 중히 여기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신앙인으로서 경솔한 이러한 삶의 선택은 거대한 고통이라는 소용돌이에 또다시 빠져들게 한다. 
 
   우리는 자신의 불행 속에서 또 깨어지고 망가진 고통 가운데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우리 신앙인들의 참모습이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였음에도 나의 삶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려는 눈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 어머니의 표현에 의하면 어이가 없는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 갇혀 어제도 오늘도 그 상태에 머물러 살아간다면 씻어도 씻어도 냄새가 나는 금반지에 취해 살아가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 그분만이 우리들의 삶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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