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 (나해) 강론 – 나에게 부족한 것
2024. 10. 13, 덕계성당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해 보면,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보이게 됩니다. 저도 그렇고, 아마 여러분도 그러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자 청년에게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마르 10,21)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족함’이란, 그 청년이 부자였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청년이 자신의 것을 나누지 않기 때문에 이 점이 부족하다는 것임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부자다.’ 또는 ‘가난하다.’ 하는 것은 물질이나 돈이 많다 또는 적다하는 외적인 물량의 척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마태오복음 5장에 나타나는 ‘참된 행복 선언’, 즉 ‘진복(眞福) 8단’이라고 하는 여덟 가지 행복한 사람의 조건 중 첫 번째 나오는 말씀은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하지 않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마태 5,3 참조)라고 했습니다.
우리 중에 누가 매우 가난하지만, 욕심이 많아서 남의 것을 탐내고 자기의 현재 위치에 대해 불평하며 노력은 하지 않는다면, 그는 가난한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마음속에는 온갖 사리사욕이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이는 부자 청년 이야기는,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사랑이 없는, 자선의 자세가 없는, 이기적인 그런 사람을 향한 주님의 말씀이라고 봅니다.
복음을 접하며 생각해 봅시다. 엄밀한 의미에서 세상에 ‘내 것’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 이름으로 부동산이 수만 평 등기되어 있고 내 통장에 수백억이 예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맡겨진 것입니다. 심지어, 나와 함께 하는 나의 배우자도 내 것이 아니요 내가 낳은 자식도 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나에게 잠시 맡겨진 존재요 때가 되면 주님께 모두 돌려 드려야 합니다. 당연히, 나의 생명도 내 것이 아니요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겨 두신 것들은 많습니다. 재물도 있고, 사람도 있고, 재능도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맡겨진 것들을 나로서는 잘 가꾸어 나가고, 또한 이들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많은 것을 받고 계신 여러분, 우리 자신에 대해 되돌아 보고 싶습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눈으로 볼 땐 넉넉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상 ‘넉넉한 것’이 아니라, 나 혼자만 독차지하고 나눔의 마음조차 없기에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봄은 유익하고도 필요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예수님의 눈으로 보실 때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 속의 예수님 말씀이 우리 각자를 향한 것으로서 받아들여지길 바라며, 그 말씀으로써 이 강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마르 10,21) *
